김성우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10월 1일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국제 노인의 날'이다. 대한민국은 국군의 날과 국제 노인의 날이 겹치는 관계로 1997년부터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지내고 있다. 또한 10월을 경로의 달로 지정해 대한민국의 전통적 풍속인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할 뿐만이 아니라,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노인 문제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대한민국 인구 구성 비율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생)가 노인 세대로 진입을 시작하고,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면서 노인 부양 문제와 세대 간 갈등 문제 등 노인 세대와 관련된 주제는 향후 대한민국 사회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비율은 이미 14%를 넘어 700만 이상의 '노인'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전쟁의 비참함과 전쟁 이후의 빈곤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통해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일구어낸 세대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한국 현대 정치를 몸소 체험했고,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사회적 변화 속에 노인 빈곤이라는 십자가를 짊어진 이들이 43.7%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한국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변화를 체험하고 때론 희생을 감수한 세대이지만, 오늘날 노인 세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어르신을 공경하는 것이 당연한 우리 사회였지만, '꼰대', '틀딱', '할매미', '연금충' 등 노인세대를 비하하는 단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노인 세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은 통계 자료로도 증명됐다. 국가 인권위원회는 올해 전국의 노인(65세 이상) 1000명과 청·장년(19~64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청년(19~39세) 응답자 중 80.9%가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해 부정적 편견이 있고, 이 때문에 노인 인권이 침해된다'고 답했다.

그런데 노인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원인이 참으로 안타깝다. 청년들이 노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주된 원인은 일자리와 복지 갈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응답자의 56.6%가 '노인 일자리 증가 때문에 청년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는 문항에 동의했다. 그리고 '노인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답한 청년 응답자는 77.1%에 달한다. 고령 사회에서 부양해야 할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과, 혹시나 생길 수도 있는 경제적 불이익이 노인 혐오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모든 인간들은 천부인권을 지닌 존엄한 존재이다. 상대방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폄하한다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인간이 지닌 존엄성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모습이다. 세대 갈등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있었지만, 이 갈등의 원인이 경제 논리에 의해 야기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

노인이 존경받는 '선배 시민'으로 불리기 위해선 노인 세대 스스로 품격 있는 모습이 요구된다. 하지만 노인들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뒤따라오지 못하는 노인들을 이해하고, 경제적 부담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누리는 풍요로움을 위해 헌신한 나의 '선배 시민'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을 지닐 때, 경로효친이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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