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글날
모르면 ‘옛날사람’ 취급 받아, 사회·문화 학습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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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충청투데이 DB
갈수록 신조어·줄임말이 남발되는 현상이 커지면서 ‘한글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9일은 한글날 제정 90주년이다. 한글날은 한글창제 및 반포(1446년)를 기념하는 날로 1928년 제정됐다. 한글날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위해 지정되었지만 현실의 ‘한글 훼손과 파괴’에 대한 우려는 그 어느때보다 크다.

최근들어 많이 사용되는 신조어 가운데 ‘머박’, ‘띵언’, ‘롬곡옾눞’은 글자만 봐서는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없다. 머박은 ‘대박’과 생김새가 비슷해서 생긴 말로 ‘ㅁ’을 ‘ㄷ’으로 대치해서 쓰는 파생어가 양산되기도 했다. 띵언도 명언을 뜻하는 말로 ‘머박’과 비슷한 경우다. 롬곡옾눞을 거꾸로 보면 폭풍눈물이 된다.

이 밖에 온라인상에서 10~20대 젊은 층이 사용하는 신조어·줄임말로 TMI(Too much information),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대유잼(큰 대(大), 있을 유(有)와 재미를 합성한 말로 ‘매우 재미있다’),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 등이 있다. 일부 예능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신조어 퀴즈를 내서 잘 못 맞추는 40~50대 연예인들을 ‘옛날 사람’을 취급하기까지 한다.

신조어나 줄임말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은 자녀들 세대인 10~20대 청소년들과 소통 단절을 우려한다.

50대 여성 이모 씨는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왜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세대 간 소통이 잘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인성이나 가치관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한 신조어·줄임말 사용이 정상적인 언어 사용과 그에 바탕을 둔 사회·문화를 학습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일각에선 온라인상에서 재미삼아 쓰는 줄임말이나 은어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젊은 층인 10대와 20대 사이에서도 신조어 사용이 다르고, 40대 이상도 ‘불금’ 같은 신조어를 쓴다는 점에서 세대간 소통 단절보다는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모(19) 군은 “모든 신조어나 줄임말을 다 쓰는 것은 아니다”며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 같은 1~2개의 신조어를 자주 쓴다”고 말했다. 이어 “어른들과 대화할 때는 애초에 신조어를 안 쓰는 편”이라면서 “이것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 사이트가 지난 5일 성인 남녀 2298명을 대상으로 한 신조어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대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로 진짜 맛있다는 뜻의 ‘존맛’이 꼽혔다. 너무 많은 정보를 의미하는 TMI가 뒤를 이었다. 30, 40대에서는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인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선정됐다.

정성수 기자 jssworl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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