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일을 정당하게 주장했다가 형에 처해진 사마천은 아무 것도 믿지 않고, 스스로의 손에 의해 인간의 정당한 역사를 써 남기고자 결의했다. 사마천은 이 결의 때문에 궁형(宮刑)을 받은 몸의 모든 치욕을 참고 살아가며, 전력을 쏟아 쓴 것이 사기(史記)다. 그의 이런 결의는 특히 백이열전(伯夷列傳)은 단적으로 그것을 호소하고 있다.
조금만 주의해 보면 행실이 좋지 않고 사회질서를 어지럽게 하면서도 일생을 아주 편안하게 지내며 부(富)를 자자손손에게 전한 자도 적지 않는데 그 한편에서는 언제나 겸손하게 몸을 가지고 옳은 길만을 걸으면서도 재화(災禍)의 포로가 되는 자도 수없이 많다. 그것 저것을 통관(通觀)해 보면 여기 중대한 의문이 남는다. “천도는 시냐 비냐(사마천의 궁형을 당하면서 외친 절규)”라고.
이 이야기는 전반을 ‘사기’의 태자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후반을 백이열전에서 취했다. 천도시야비야(天道是也非也)라는, 하늘을 의심하는 비통한 말은 백이열전(伯夷列傳)에 있다. 우리는 잘되면 내가, 안 되면 조상 탓을 하며, 잘못하면 하늘에서 벼락을 준다는 등 천도시야비야의 말들을 하곤 한다. 모든 일은 말 한대로 이루어지므로 항시 긍정적인 말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국전서예초대작가·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