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필자는 지난 2년간 한 초등학교 학교폭력위원으로 활동을 했었다. 초등학교라 중·고교에 비해 학교폭력 접수 건수가 비교적 많지 않았고,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연간 2~3회에 불과했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던 사례를 보면 서울서 전학 온 A학생을 반 친구 6명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집단따돌림을 시키고 더 나아가 서울친구들과 대전친구들이 온라인에서 서로 비방하는 집단 사이버 폭력까지 있었던 사례로 필자도 당시에 충격이 컸던 최근 일어나는 학교폭력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지난달 충북 제천의 여고생 투신 사건과 호주의 유명광고모델 14세 소녀 사건 모두 온라인상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국내외에서 ‘사이버 불링’에 의한 사망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은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사이버 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이메일, 휴대전화, SNS 등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해 악성댓글이나 굴욕스러운 사진을 올림으로써 이루어지는 개인에 대한 괴롭힘 현상으로 학생들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요즘 이제 전통적인 유형이 된 카톡감옥, 떼카, 방폭, 데이터 셔틀, 기프트콘 셔틀, 게임 아이템 셔틀, 인증놀이 등 사이버 불링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교육부 ‘2018년 1차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을 경험한 초중고생은 5만 명이었고, 학교폭력 유형은 언어폭력 34.7%, 집단따돌림 17.2%, 스토킹 11.8%, 사이버 괴롭힘 10.8%, 신체폭행 10.0%, 성추행 5.2%으로 사이버 괴롭힘이 신체폭력을 경험한 학생보다 더 많았다. 또 연도별 사이버 불링은 2012년 900건, 2013년 1082건, 2014년 1283건, 2015년 1462건, 2016년 2122건으로 전체 학교폭력이 감소하는 추세에도 사이버 불링은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해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사이버 불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나 교육당국 차원의 사이버 불링 피해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많아져야 한다. 둘째 아이들 스스로가 사이버 불링으로부터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사례나 역할극 중심의 임파워먼트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사이버 불링이 피해학생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문제와 윤리의식 교육, 친구들과의 동조압박 사이에서도 방관하지 않고 극복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훈련 등. 셋째, 학교의 학업 지상주의 교육이 아닌 재미있는 놀이중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해학생들이 사이버 불링을 단순히 그냥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도 상당 부분 있기 때문이다. 학교 놀이 프로그램이 많아져 학교생활이 즐겁다면 아이들의 관심은 당연히 이동하게 된다. 넷째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적극적인 용기를 심어줄 지지세력, 지지집단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지지집단은 친구, 부모나 형제, 상담교사나 담임 선생님, 학교담당 경찰관들이 될 수 있다.

친구, 교사,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얼마나 밀접하냐에 따라 학교폭력의 빈도가 분명히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꽃 같은 아이들이 사이버 불링으로 시들지 않고 예쁜 꽃향기를 활짝 피울 수 있도록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세심한 관심을 갖고 살펴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