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부장

국비확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가장 쉬운 치적 홍보 방안이다. 예산철이 되면 자치단체장들은 세종시와 서울시에 상주하다시피하며 국비확보에 열을 올린다.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면 곧 지방자치단체들의 홍보가 시작된다. ‘역대 최대’, ‘전년 대비 00% 상승’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여전히 이런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한범덕 청주시장이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이른바 ‘전략적 선택’이다. 물론 국비확보를 위한 노력을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니다. 청주시에 꼭 필요한 사업에 집중해 반드시 잡지만 불요불급한 국비는 지양하는 방식이다.

한 시장의 선택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청주시는 충북도내에서 재정자립도 1위이긴 하지만 예산상황은 해를 거듭할 수록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법정경비 등을 제외하고 2019년도 예산안 중 가용예산이 2018년도에 비해 상당액이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해 복지비를 중심으로 국·도비 보조사업비는 늘게됐다. 지난달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아동수당과 내년 인상될 기초연금 등이 가용예산을 더욱 옥죄게 될 것이다.

국비의 ‘전략적 선택’은 그래서 중요하다. 국비사업은 지방비와 매칭하는 시스템이다. 국비를 많이 확보할수록 지방비 사용액도 증가한다. 국비확보는 곧 가용예산의 감소라는 의미다. 따라서 무분별한 국비확보는 지자체의 고유한 개성을 말살한다. 지자체의 상황, 환경, 시민의 욕구에 맞는 지자체만의 개별적 사업, 고유의 발전방향은 없어지고 중앙정부의 입맛에 맞게 재편된다. ‘지방분권’은 더욱 멀어진다.

근본적인 대책은 국세와 지방세의 배분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개 지자체의 역량으로 어찌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각 자치단체들의 국비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한 시장의 선택이 주목받는다. 한 시장의 선택은 차후 정치적 반대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빌미가 될 수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일말의 우려는 있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관련 기관의 전망지수는 최악의 경기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 충북본부의 소비자심리지수는 7개월째 하락했다. 청주상공회의소의 기업경기전망은 연이어 역대 최대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1990년 후반 ‘IMF’ 시대와 비슷한 수치다. 암울한 전망에 비해 실제 충북의 경제 실적은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SK하이닉스의 수출과 매출액 수치를 감안하면 착시효과가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경제는 심리의 영향을 받는다. 생산과 소비의 주체들이 위기를 느끼고 있으면 실제로 위기가 오게 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재정이다. 충북 그리고 청주의 통화량이라는 물그릇에 국비를 담는다면 어찌됐든 지역에서의 생산과 소비는 증가하게 된다.

한 시장의 선택은 여기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지방분권의 취지에 맞는 행정을 위해서는 ‘전략적 국비 선택’이 옳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는 가능한 많은 국비 확보를 통한 통화량 확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한 시장의 전략적 선택 대상에서 SOC사업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취약한 지역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지자체의 SOC사업 감소는 재앙이다. 일자리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의 특성상 파생되는 악영향도 클 것이다.

지방분권, 그리고 청주만의 고유한 발전방향과 지역경제 활성화에서의 적절합 접점. 한 시장이 찾아야 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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