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이 있다. 한번 젖어 버린 나쁜 버릇은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말로, 개인은 물론 조직(기업·행정기관)·사회제도 등에서 잘못된 행위나 관행이 지속될 때 사용되곤 한다.

지난해 7월 충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은 청주에서 큰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유럽으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갔다가 여론을 뭇매를 맞고 중도에 귀국하는 등 말썽을 빚었다. 연수에 참여했던 일부 의원은 국민을 설치류에 비유한 막말까지 해 국민적 공분을 사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올해 9월 충북도의회는 해외연수를 재개했다. 교육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지난 달 27일부터 오는 6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덴마크와 독일을 방문해 선진 교육정책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있다.

일부 개과천선이 예고됐다.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당시를 교훈삼아 국외연수의 혁신을 꾀하겠다는 자세가 보였다. 교육위는 연수 일정을 여행사 도움 없이 의원들 스스로 세웠다. 귀국 후 작성하는 보고서도 직접 쓰겠다고 약속했다. 교통편은 현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고 숙박은 민박을 이용하겠다고 한다. 이를 의식하듯 도의회는 이례적으로 상임위 해외 연수 일정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기자들에게 수시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도의회 일부에서는 여전히 구태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나기만 피해 가면 된다’는 안일한 내성만 키워 주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의회 안팎에는 ‘의원들이 (해외에서) 부적절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한없이 관대한 시각도 있다.

도의회는 크고 작은 일이 터질 때마다 의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뿐 의회 차원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외유성 논란이 불거질 때 마다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안일한 대응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반면, 진정성 어린 사과 등을 포함한 수습대책이 없었다.

도민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힌 도의원에 대한 불신을 이번 기회에 걷어내지 못한다면 11대 도의회에 대한 기대감도 반감될 것이다.

김용언·충북본사 취재부 whenikiss@cctoday.co.kr

도민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충북도의회. 160만 도민들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급선무다. 11대 도의회는 ‘소통하는 의정, 공감받는 의회’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쇼통’에 그쳐 ‘비공감’이 넘치는 의회로 전락할지는 장선배 의장을 포함한 32명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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