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이관원·정우진 PD "백종원 내공 엄청나…메뉴만으로 문제점 파악"

'골목식당' PD "악마의 편집? 천사의 편집"

연출 이관원·정우진 PD "백종원 내공 엄청나…메뉴만으로 문제점 파악"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백종원 대표님 내공이 엄청납니다. 방송 끝나고도 출연자들로부터 문의 문자가 오면 다 답장해주고 '첩자'를 보내서 관리해요."

SBS TV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최근 그야말로 화제의 중심에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다 망해가는 식당을 맛집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감동을, 업주들이 고집을 피우는 모습은 때로 공분을 산다.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골목식당' 연출 이관원, 정우진 PD는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백 대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입사 동기인 두 PD는 번갈아 가면서 5회씩 '골목식당'을 만든다.

"메뉴판, 간판만 봐도 문제점을 바로 아시죠. 그리고 집에서 항상 꼼꼼하게 준비해오세요. 본인 레시피를 전수해주시는 걸 아까워하진 않아요. 워낙 먹는 걸 좋아하시고 연구하는 것도 좋아하시거든요. '요리는 늘 발전하고 진보하는 거니까 계속 연구해서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하시죠. 그렇게 늘 대중적으로 가장 맛있는 맛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이관원 PD)

두 PD는 백 대표가 "요리가 아니라 장사를 가르쳐준다"고 설명했다.

"방송에 나오는 맛집을 사람들이 나중에 찾아가서 욕하는 이유는 원래 100명만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인데 300명, 500명을 받기 때문이거든요. 백 대표님은 이런 경우 '120명만 받아라'고 말씀하세요. 단순히 맛집으로 소문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생력을 키워서 오래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정우진 PD)


백 대표의 솔루션은 훈훈함을 자아내지만 그 솔루션을 듣지 않는 일부 출연자는 백 대표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부러 그런 장면만을 편집해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악마의 편집' 논란까지 제기했다.

"기획 의도가 외식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외식업에 뛰어드는 분들이 기본적인 걸 갖추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리고 출연자분들이 일반인들이자 장사 하시는 분들이니까 오히려 그분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편집합니다. 악마의 편집이라뇨. 오히려 '천사의 편집'인데…."(이 PD)

"'골목식당'에 제기되는 다른 논란들에 대해서도 저희는 출연자들이 일반인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방송의 일부분만 보고 비판하지 마시고 전체 과정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정 PD)

MC인 배우 조보아의 솔직한 표정도 화제가 됐다.

"20대 젊은 여성들의 입맛을 대변할 수 있는 MC가 필요했어요. 조보아 씨가 그 전부터 '골목식당'을 즐겨 봤다고 하더라고요. 눈이 커서 표정이 잘 드러나요. 리액션을 가지고 여러 패러디가 나오는 것은 예상 못 한 포인트죠. (웃음)"(이 PD)

두 PD는 함께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연출하다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옮겨왔다.

정 PD는 "'푸드트럭' 출연자들은 요식업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서 백 대표에게 무조건 배웠는데 '골목식당' 출연자들은 몇십년씩 식당을 해온 사람이 많아서 백 대표와 갈등이 더 일어나는 것 같다"며 "시청자들도 '푸드트럭'과 달리 '골목식당'은 '일상에서 먹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감정 이입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PD는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해방촌 원테이블 식당을, 이 PD는 '푸드트럭'의 핫도그 할아버지를 꼽았다.

정 PD는 "20대 청춘들이 하는 실수를 하고 있었다. 늘 고민하는 20대 청춘들의 표상인 것 같았다"며 "방황하는 20대 앞에 절대자가 나타났고, 결국은 해피엔딩이었다"고 웃었다.

이 PD는 "핫도그 할아버지는 '푸드트럭'이나 '골목식당'이 가장 필요한 사람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며 "할아버지가 누가 알려주지 않아서 못하고 있던 일에 대해 우리 프로그램이 도움을 줬다"고 뿌듯해했다.

최근 방송 시간대를 금요일 밤 11시 30분에서 수요일 밤 11시로 옮긴 '골목식당'은 상승세다.

"수요일에는 시청 고정층이 있어서 금요일에 있을 때보다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화제성뿐 아니라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 하고 싶어요. 식당들이 더 기본을 갖추고 장사가 잘 안되는 골목에 숨겨진 맛집들만 있게 돼서 저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프로그램을 하고 싶습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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