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지난 8월 중순 강원도 속초에서 민간기업의 ‘안전관리책임자 워크숍’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그들의 한결같은 고민 사항은 안전관리 매뉴얼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수년간 공군의 전투비행단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직접 비행체험을 하면서 느낀 사항을 그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한 후, 공군의 안전관리를 벤치마킹하라고 주문했다.

우리 공군은 F-5E/F, F-4E, F-16, KF-16, F-15K 전투기를 운영한다. F-5E/F는 전투조종사의 나이보다 오래된 노후기종이다. 그런데도 정비사와 전투조종사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 순간에도 하늘의 방패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강릉기지가 운용중인 F-5E/F를 중심으로 그 비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F-5E/F는 1대당 3인의 정비사가 할당된다. 그들은 비행시간 2시간 30분 전까지 격납고에서 대기하며 기체와 통신 등 82개 항목을 점검한다. 전투조종사는 비행시간 1시간 전, 격납고로 나와 애기(愛機)를 살펴보며 항목을 직접 확인하고 정비기록부에 서명한다. 이는 비행에 대해 공동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전투조종사는 조종석에 올라 엔진시동을 걸고 82개 항목을 재점검한다. 이상이 없으면, 전투조종사는 애기를 몰고 최종기회점검 장소로 이동한다. F-5E/F는 그곳에서 다른 정비팀에 의해 6분간 51개 항목을 점검받는다. 일종의 크로스체크다. 그 과정을 모두 거쳐야만 F-5E/F는 관제탑의 허락을 받고 3차원 공간으로 치솟을 수 있다.

고난도 비행임무를 마치고 소속기지로 복귀한 F-5E/F는 비행 후 점검절차에 돌입한다. 1시간 30분간 기체와 기관에 대해 280개 항목을 점검한다. 이는 내일의 비행임무를 위한 사전조치다. 추가비행이 있을 경우, F-5E/F는 1시간 동안 기체와 무장에 대한 130개 항목과 6분간의 최종기회점검 51개 항목 등 총181개 항목을 점검 받은 후 2차 비행임무에 나선다. 비행단장, 항공작전전대장, 비행대대장의 조종인력관리도 눈물겹다. 그들은 전투조종사의 음주여부, 건강, 심리상태, 바이오리듬까지 체크해서 비행임무에 반영한다. 또 비행대대장실에는 사랑의 전화가 있다. 가족들의 꿈자리가 좋지 않을 경우, 비행대대장에게 비행임무취소를 건의할 수 있다.

강릉기지 비행단장은 F-5E/F를 A급, B급, C급으로 분류하고 비행경험이 적은 전투조종사에게는 A급 전투기를, 노련한 교관급 전투조종사는 C급 전투기를 조종하도록 했다. 또 초임 전투조종사의 비행에는 교관급 조종사를 함께 투입함으로써 비행안전과 완벽한 임무수행을 도모하고 있었다. 각종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실천하지 않는 매뉴얼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부디 공군의 안전관리 노하우와 체계적인 노력이 우리 사회에 널리 전파되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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