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환 대전시 경제정책과장

최근 대전 중앙시장 청년구단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연이어 방영되고 있다. 중기벤처부의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청년구단이 1년 넘게 영업이 잘 되지 않아 문제점 진단과 해결책을 풀어가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용 중 백종원과 시청자를 화나게 하는 것은 음식 맛이 아니었다. 시식 평가단의 평가에는 관심 없고 오직 연예인 조보아와 셀카를 찍으며 마냥 즐겁기만 한 청년상인들이 문제였다.

백종원은 청년상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한다. “장사는 실전이다. 잠시 신경을 안 쓰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다. 오늘 같은 정신자세로 장사를 하면 단 5개월도 못 간다.”

즉,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절실함과 열정이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세링게티 초원에 맹수인 사자와 초식동물인 가젤간의 생존의 순간은 500m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사자는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 500m 이상을 전력 질주 할 수 없고 가젤은 한 번 잡히면 생을 마감해야 되기 때문에 죽을힘을 다해 달린다. 가젤이 살 확률은 얼마일까? 80%이다. 바꾸어 말하면 목숨을 걸고 뛰더라도 20%는 생을 마감해야 한다. 죽기 살기 식 열정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공시족’ 40만 시대의 열악한 취업환경 속에서 창업으로 떠밀려 나오는 청년들과 900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의 생계형 창업이 줄을 잇는 시대가 지금의 현실이다.

이번에는 KBS의 추적 60분 내용을 인용해 보자. 자영업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 구조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특히 일본보다 자영업비율이 3배 높을 정도의 업종 내 과다경쟁, 끝이 안 보이는 경제 불황,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처럼 임대업자의 ‘갑질’ 등이 ‘자영업자의 벼랑 끝 현실’이라 추적 60분은 낱낱이 고발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회현실이 아쉽지만 맹목적인 열정 보다는 합리적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석유사업가 록펠러는 성공의 비밀을 이렇게 말한다. “행운이란 진실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절실함이 더욱 애절할수록 성공가능성은 높다.” 이런 절실함으로 중요한 상황마다 결정을 해야 하는데 주관적인 감정, 추측, 생각 등을 배제하고 오로지 팩트만 가지고 결정한다. 그리고 일단 결정하면 주저 없이 도전적으로 추진한 것이 성공의 비밀이라 말한다. 또한 대전 지하상가 여성구두 가게에서 거대무역상으로 발전한 30대 사업가는 철저한 사업조사와 과감한 투자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한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꼭 성공해야겠다는 열정’그리고 ‘현실요인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인 열정은 성공의 기본이다. 그러나 후자인 현실요인 판단의 경우, 열정의 바탕위에 주변 환경들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토대로 축적된 빅데이터, 동종 업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권분석시스템 등 IT기술을 활용하여 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더군다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각종 시책을 잘만 활용해도 위험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사업에 실패하면 2천만원까지 갚지 않아도 되는 시책이 올해부터 시행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시장의 흐름 등 현실요인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합리적 열정이 더욱더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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