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해외특허 출연연 26.8%·대학 18%…정량평가 발목

국내 연구기관이 실적 위주인 국내특허를 줄이고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외특허 출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30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등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4~2017년) NST 소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낸 전체 특허 출원 건수(국내·국외 포함)는 총 3만 3310건에 달한다.

출연연의 전체 특허 출원 건수 중 국내에 등록한 특허는 무려 73.1%인 2만 4351건이다. 이에 반해 해외 특허 출원(PCT 출원 포함)은 26.8%인 8959건에 불과하다.

국내 대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대학 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를 보면 2013~2016년 대학들이 출원한 국내특허 건수는 2013년 1만 5309건, 2014년 1만 7498건, 2014년 1만 9221건, 2016년 2만 175건으로, 4년간 총 7만 2203건이다.

같은 기간 대학들의 해외특허 출원(PCT 포함)은 2013년 2675건, 2014년 3014건, 2015년 3253건, 2016년 3557건으로 모두 1만 2797건이다.

대학들의 해외특허 출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특허 출원 건수와 비교하면 18%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연구자들이 국내특허에 매달리는 이유는 정부 예산을 받아 과제를 수행하고 평가 과정에서 특허 출원 여부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구자가 해외에 특허를 출원하고 싶어도 정량 평가제도에 발목이 잡히고, 결국 성과 달성을 위해 출원이 용이한 국내로 눈을 돌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아무리 많은 국내특허 갖고 있어도 국내 시장에서만 기술 보호를 받을 뿐 해외시장은 물론 동일한 제품이 국내로 수입되더라도 지식재산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한국의 국내특허 남발 문제는 이스라엘 사례를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가 한국과 비슷한 세계 1·2위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의 기술 가치는 한국보다 3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도 1990년도 초반까지 한국처럼 국내특허 출원 비중이 높았다.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벤처캐피털 자금 공급을 위해 출범한 ‘요즈마펀드’가 기술 창업을 지원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 우수 기술의 해외특허 출원을 늘리면서 그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실제 1994~2010년 한국의 미국 특허 출원 비중은 13.5%인데 반해 이스라엘은 무려 204.2%에 달했다. 자국특허보다 해외특허를 크게 늘렸다는 얘기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현재 공공기술의 기업 이전이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성장하려면 해외시장 진출이 용이해야 한다”며 “요즈마펀드 사례처럼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공공기술의 해외특허 출원을 늘리고 이를 발판 삼아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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