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추가적인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전환의 순간 또는 상황을 티핑 포인트라고 한다. 티핑은 균형이 깨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량을 측정하는 장치의 하나인 티핑 버킷형 우량계는 우량이 일정 양 이상이 되면 물받이(버킷)의 균형이 깨져서 엎질러지는(티핑) 구조로 되어있으며, 물받이가 엎질러지는 회수로 우량을 측정한다. 비가 계속 내려서 물받이에 물이 가득 찬 상태가 되면 한 방울의 빗물만 더 내려도 물받이는 그 순간에 엎질러지게 되는데, 이런 순간을 티핑 포인트라고 한다.

지난 겨울과 여름에는 유별난 혹한과 폭염에 시달렸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기후변화에 기인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계화되고 산업화된 생산시스템으로부터 대기에 배출한 온실가스가, 우리가 지상에서 배출한 열을 지구로부터 가까운 공기층 내에 붙잡아서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붙들기 때문에 극단적인 기후변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기과학자들은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게 되면 지구는 언젠가 기온의 균형이 깨져서 ‘찜통 상태의 지구(hothouse earth)’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2020년 종료되는 쿄토(京都)의정서를 대신해 새로운 기후 변화 협약을 체결했는데 이것이 파리 기후 변화 협약(Paris agreement)이다. 이 협약에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총 195개 국가가 서명했고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은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가 이 협약에 서명했을 뿐 아니라 환경 보존에 대한 의무를 전 세계의 국가들이 함께 지도록 했다. 그러나 2017년 6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이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이 이행되지 않고,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이번 세기 안에 지구의 30% 생물종이 멸망한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탈퇴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0.3℃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파리 기후 변화 협약에서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아래로 유지하되 1.5℃를 넘지 않게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기온 대비 2℃ 이상 오르면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구 평균 기온의 2℃ 상승을 티핑 포인트로 본다는 뜻이다. 한계점을 넘을 경우 지구에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눈앞의 이익을 쫓으며 환경의 악화를 방관한다면, 그 결과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위험의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재앙을 막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은 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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