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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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프랑스 파리 국제기숙사촌 한국관 건립약정 체결,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기공 그리고 2018년 9월 개관. 대단히 신속하게 진행된 건립과정이지만 거론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니 만시지탄의 느낌도 크다.

1960~70년대 파리 국제기숙사촌에 한국기숙사를 짓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당시 군사정부는 국내경제도 어려운데 해외유학생에게 기숙사까지 지어줄 필요가 있느냐며 야박하게 논의를 차단했다니 새삼 우리 국력신장에 감회가 깊다. 그동안 우리 유학생들은 이리저리 떠돌며 다른 나라 기숙사에 여실이 있을 경우 어렵게 방을 구하거나 그도 여의치 않을 경우 가성비가 떨어지는 파리 시내 또는 교외 원거리 숙소에 살 수 밖에 없었다.

파리 14구 주르당 대로 일대 34㏊부지에 40여 개 나라 기숙사가 들어선 이곳 '시테 위니베르시테'에 막상 대학 캠퍼스는 없다. 시내와 근교 곳곳에 분산된 대학과는 별도로 학생기숙사촌을 조성하여 저렴한 숙소를 제공하는 복지시설로 우리보다 국력이 약한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이미 수 십년 전 자국학생을 위해 기숙사를 완공하였다.

외국도시 한 곳에 뒤늦게나마 유학생 기숙사를 건립했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파리 국제기숙사촌 한국관<사진> 준공은 숙소 이외에 공연장, 음악연습실, 아틀리에, 학습실, 휴게실, 테라스, 공동취사장과 식당, 매점 등 여러 시설을 갖춘만큼 50년 가까이 신축건물이 없어 노후되어 가는 기숙사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즈음 확산일로에 있는 한류를 비롯한 우리문화를 입체적으로 전파할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그래서 교육부와 사학진흥재단이 350억 원을 투자한 이 멋진 공간이 우리 국위를 선양하고 국력을 과시하며 유럽지역 대학가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기 바란다. 건물 아웃라인 곡선미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이 드러난다지만 우리 전통 건축양식과 고유한 디자인이 더 강조되어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건물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함께 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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