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미국 영화배우 존 웨인(John Wayne·1907~1979년)은 할리우드 '서부극'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1929년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39년 J.포드 감독의 명작 '역마차'에 출연하며 스타가 됐고, 이후 '아파치 요새', '황색 리본', '리오그란데의 요새', '조용한 사나이', '라스트 슈팅' 등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는 영화 '진정한 용기'로 197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존 웨인은 나이가 그다지 적지 않은(?) 필자의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옛날 배우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다 되가는 외국배우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의 연기와 인생에 대해 전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시 불어온 한반도 훈풍을 느끼며, 통일 아니 남과 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 초강대국'이다. 중국과 함께 G2라 하지만 필자는 아직은 그냥 'G1'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들은 처음부터 초강대국은 아니었다. 영국(유럽)에서 건너온 그들이 안정된 국가를 건설하고 세계 초강대국이 과정에서 '서부개척'의 효과를 빼놓을 수는 없다.

독립혁명 때만 해도 미국은 13개 주 전부 동쪽의 대서양 연안에 몰려있었다. 미국은 유럽이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때문에 정신이 없는 틈을 타 루이지애나를 비롯한 서쪽의 여러 땅을 헐값에 사들였다. 이후 그들은 스페인으로부터 플로리다를 사들이고, 멕시코의 땅도 일부는 사고 더 많은 곳을 빼앗았다.

미국의 서부개척은 단순히 영토가 넓어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일확천금의 꿈을 안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서쪽으로 향하는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이런 개척자들의 시대를 거치며 거인이 돼 갔고, 지금의 초강대국으로 완성됐다. 미국의 '서부효과'는 동부에 갇혀 점차 한계점에 다다르던 그들 경제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물론 미국의 성장 원인을 서부효과 하나로 보긴 힘들겠지만 매우 중요한 과정임은 분명하다.

요즘 아니 언제인가부터 계속 우리 경제는 참 어렵다. 그것은 지난 정부의 탓도 현 정부의 책임도 있겠지만 '초고속 성장'을 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북'이 우리의 '서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이 되고, 뉴욕에서 한미 정상이 평화를 이야기 했지만, 그것이 바로 통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통일은 급히 서두를 문제만도 아닐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통일은 단순히 헤어졌던 형제와 재결합하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통일은 언젠가는 이뤄야 할 숙제이겠지만, 그에 앞서 남북 교류와 경제 협력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소위 '통일 비용'에 대한 전망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다. 그 액수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북'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우리에게 줄 열매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햇볕정책을 지지했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뢰한다. 물론 그것들이 다 잘 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지지와 신뢰가 변하지는 않았다. 결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을 바라보며 가슴 설레는 것처럼, 그 '생각'이 사람들의 꿈을 담은 옳은 방향이라면 지켜보고 지지하고 기다려줘야 한다. 적어도 필자는 아직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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