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넘어가자 세입자 중복돼 보상 제한…법원 "고지 안 한 과실 있어"

▲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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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쪼개기'에 보증금 떼이면 설명 안한 복덕방도 책임"

경매 넘어가자 세입자 중복돼 보상 제한…법원 "고지 안 한 과실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불법으로 방을 쪼갠 줄 모르고 원룸에 세 들었다가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떼이게 됐다면 계약 시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부동산 중개인도 보증금 일부를 세입자에게 물어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2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26단독 김선아 판사는 임차인 정모씨가 집주인 황모씨, 부동산 중개인 최모씨,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중개인 최씨와 서울보증보험에 정씨가 입은 손해액(3천665만원)의 40%인 1천466만원을을 배상하라고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14년 10월 인천 남동구의 한 원룸건물 6층에 전세를 구한 정씨는 보증금 5천500만원을 완납하고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러 갔다가 등본상 같은 호실에 다른 세입자가 먼저 전입신고를 한 사실이 있음을 알았다. 집주인이 불법 '방 쪼개기'를 한 방에 세 든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정씨는 집주인 황씨와 중개인 최씨에게 따졌지만 "별문제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라는 말만 돌아왔다.그러나 1년 뒤 정씨가 방을 빼기도 전에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고, 정씨는 소액임차인 자격이 있었음에도 방 쪼개기 탓에 분배금 중 일부인 1천834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김 판사는 "최씨는 임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정씨에게 방이 불법으로 용도 변경된 점과 방 일부에 다른 임차인이 존재한다는 사실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최씨와 보증보험사가 정씨의 피해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란에 다른 임차인과 관련한 아무런 설명을 기재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다만 부동산등기부와 계약서상 면적을 꼼꼼하게 비교하지 않은 정씨 책임도 일부 일정해 최씨와 보증보험사의 책임 한도를 40%로 제한했다.

정씨의 소송을 대리한 강천규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등기부와 대장, 대상물 현황을 꼼꼼하게 살핀 후 중개의뢰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정확한 설명이 불가능할 경우엔 의문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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