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강원도 철원 옛 노동당사 앞에 세운 한국전쟁 참전 기념판.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프랑스, 그리스, 영국,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이들 나라는 우리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초강대국으로부터 지금 지구상 최빈국 중의 하나에 이르기까지 국력과 위상의 편차가 극심한 열 여섯 나라의 공통점은 1950년 한국전쟁에 전투지원국으로 참전했던 우방국이다.

일제 강점치하에서 갓 독립한 신생국, 극동 머나먼 곳에 위치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 일어난 전쟁에서 우리를 돕기 위해 불원천리 참전한 열 여섯 나라 그리고 참전을 결의하고 지원한 U.N.이라는 이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16개국 이름을 하나하나 꼽아보면 68년 시간의 흔적이 각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비춰준다. 여전히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은 부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영예를 누리고 있고 우리를 도와줄 정도로 탄탄한 국력을 가졌던 우방국가 에티오피아의 오늘에 이르면 착잡하고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필리핀 역시 1950~60년대 까지 동남아시아 부국이었으나 오랜 독재체제 후유증과 극소수 특권층에 편재된 부(富)의 쏠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5년간 강점하여 식민수탈을 자행했던 일본과 느닷없는 한국전쟁 참전으로 우리에게 숱한 피해와 희생을 야기했던 옛 중공이 이제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로 교류의 첨병이 되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원수도 없다고 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시기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인적, 물적 희생을 감수한 우방 16개국의 도움은 영원히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U.N의 권위와 위상이 예전같지 않고 10월 24일 법정공휴일로 기념하던 U.N의 날은 퇴색되고 있지만 16개 참전국이 보내준 고마운 우정을 새롭게 기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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