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함께 올랐다.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솟은 봉우리에 둘러싸인 백두산 천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2박 3일간 남북정상회담 일정의 마무리를 백두산에서 장식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서로 손을 위로 맞잡고 서 있는 모습은 두고두고 역사적인 장면으로 기록될만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구축을 향한 남북의 의지와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비핵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비핵화를 공식 의제로 삼아 구체적인 내용을 공동선언에 명문화했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으로선 남·북·미의 구도에서 중재자·촉진자 역할에도 충실한 회담이었다. '평양 공동선언'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 측 반응이 일단 긍정적인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내놓았고, 공식외교라인에서도 북한과의 협상 재가동 수순에 들어갔다. 이번 남북정상의 평양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비핵화에 대한 비공식적인 메시지가 미국 측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리용호 외무상을 다음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미 간 '빈 채널'이 곧 가동될 것 같다. 실질적 비핵화 협상 라인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꼭 막혔던 북미협상이 이제 극적인 반전 국면에 들어갔다.

이제 공은 미국에 넘어갔다. 유엔총회를 맞아 연말까지 괄목할만한 움직임이 전개될 전망이다. 오는 2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게 될 전망이다. 그 결과가 순조로울 경우 폼페이오의 방북에 이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다. 향후 북미 간에 비핵화 일정과 방법에 대한 일련의 협상이 선순환의 기조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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