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열 세종시 다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작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시 집값을 잡겠다던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급격한 부동산 가격상승이 일어나고 있다. 그에 반해 지방은 광역시 단위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역대 가장 강도 높은 규제라고 평가 받았던 8·2 대책이 지방에는 효과를 발휘하는데 정작 정부의 타겟이었던 강남을 포함한 서울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올해 8·27 대책에 이어 지난주 9·13 대책까지 연이어 추가 규제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대책 역시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며, 서울의 부동산 상승기류는 꺾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계속되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격급등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여의도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4가지 정도로 취합된다. 첫째 서울시 내의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 및 공급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이고, 둘째로 다주택자 세금 중과를 피하고자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증가, 셋째는 시중에 유동성자금이 풍부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임대사업자등록으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서울 부동산 가격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세종시의 현 상황은 어떨까.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유일한 투기지역인 세종시는 지방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서울과는 반대로 현재까지 공급물량이 수요량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며, 아파트 단지별로 그 편차가 심한 편이다. 이미 세종시 내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양적 시장에서 질적 시장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올해는 세종시 아파트 분양물량이 가장 적었던 해이자 분양권 양도세가 강화된 시점이라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소 위축되었다. 약 2년여 동안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던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량도 임대차 계약 외에 매매계약은 전체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결국 현재의 조정기는 공급량에 비해 적은 수요량, 양도세 중과에 따른 세금부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갭 차이가 벌어진 것 등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9·13 부동산 대책은 세종시의 이러한 추세를 내년 초까지는 이어지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규제와 아파트 청약시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청약제도 변경 등은 매매 수요의 감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4-2생활권 아파트 단지의 분양예정 시점인 내년 4월부터 행안부와 과기부가 이전을 시작하는 6월을 거치면서 매매와 임대 수요 둘 다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020년부터 기업들이 들어설 세종테크밸리와 공동캠퍼스 부지의 대학교 입주가 이루어지면 공급과 수급의 불균형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국회 분원 등 기타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들의 이전이나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통한 기업 유치가 가시화되면 안정적인 수급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미래가 밝은 도시다. 모든 신도시들이 겪었던 도시형성 중반의 조정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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