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김양수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회장


이번 주말부터 우리 민족 큰 명절인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천년 넘게 이어져 온 명절이라 그런지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괜히 가슴이 설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가윗날은 매년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찾아오는 우리의 명절 추석을 일컬음이다. 팔월 보름 즉 추석 때 음식을 넉넉하게 차려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듯이 한평생을 이와 같이 지내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추석명절에도 우리 건설인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건설경기가 가을의 풍요로움과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건설산업은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공사물량이 급감한 가운데 적정공사비 부족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됐다. 특히 전문건설업체는 종합건설업체의 경영난에 직격탄을 맞아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영난에 처한 일부 종합건설업체는 스스로 위기를 헤쳐 나가려는 자구노력보다는 부당한 하도급 거래를 일삼고 이로 인한 영세한 하도급 업체들의 피해는 실로 심각하여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도급 위주 전문건설업체들이 이처럼 어려움에 당면하게 된 것은 경기둔화의 요인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고질적 병폐인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관행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단순공사라 하더라도 '종합건설은 원도급', '전문건설은 하도급'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종속적 생산체계가 문제다. 종합건설업체는 세부 공종별로 직접시공에 필요한 인프라를 상시보유하지 않고, 전문분야별로 인력과 장비를 갖춘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이로 인해 하도급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시공·유지관리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초저가 하도급, 대금 미지급, 부당감액, 특수조건 설정 등 각종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만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피해는 결국 근로자의 임금 체불 문제로도 이어진다.

상생과 공생, 동반성장 이 세 단어는 과거부터 수없이 언급되고 또 강조돼왔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제도들이 나왔음에도 눈에 보이는 개선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말만 앞세운 정책은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상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공정한 원칙을 세우고 잘 지키며 직접 시공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고, 땀 흘리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제때 지급해주면 된다.

이제 우리 건설업계는 변해야 한다. 그리고 변하기 위해서는 지난 세월부터 굳어져온 수직·종속적인 도급구조에서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가 서로 상생하는 수평·협력적 관계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 과정에서 공정한 원칙을 만들어 참여 주체들이 공생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또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이 함께 그 기반 위를 걸어갈 때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년 추석은 모두에게 풍요로운 명절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