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김모씨 12년전 남한 정착, “믿을 수 없는 일… 가족 그리워”
南北 서신·물품 교환하길 희망, 회담 잘돼서 큰딸·손자 만나길

▲ 북한 이탈 주민인 김모 씨가 18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윤지수 기자
18일 평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북한 이탈 주민(새터민) 김 모(77·여)씨는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전 동구에 거주하는 김 씨는 올해로 남한에 정착한 지 햇수로 12년이 됐다. 김 씨는 남북한 정상이 악수를 하고 포옹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정말 이런 일이 있구나'라며 “눈물이 날 만큼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고령의 실향민과 탈북자는 북에 남아있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슬픔을 감추려고 해야 감출 수 없지"라며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흔드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자 김 씨는 "그 모습 그대로구나. 오늘이야 말로 감격의 날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동시입장, 탁구 코리아오픈 남북 단일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남과 북이 평화정착을 위해 한 발 다가서면서 김 씨는 북에 있는 가족 생각은 더 짙어졌다.

다가올 추석을 앞두고도 그리움에 큰 딸 내외와 손자 생각이 부쩍 난다고 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씨에게는 한 가지 희망사항이 생겼다. 바로 남북이 서신을 주고받고 물품을 교환하는 것이다.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편지 한 장을 가족에게 보내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몇 년 전부터는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어느 때보다 서신교환을 하는 것이 죽기 전 소원이 돼버렸다. ‘무엇을 북으로 보내고 싶냐’라는 물음에 주저 없이 쌀과 신발, 옷 등 3가지를 꼽았다.

김 씨는 "쌀만 있으면 반찬이 없어도 굶을 일은 없다"며 "겨울은 여기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춥다. 따뜻한 옷과 털신 하나 보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진행 중인 남북의 회담이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소망했다.

김 씨는 “머지않아 눈 앞에 아른거리는 큰딸과 손자가 실제로 눈 앞에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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