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오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 2박 3일간의 남북정상회담 일정에 들어갔다.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난 것은 2000년(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11년만이다.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영접을 받았고 북한 주민들의 파격적인 환대 속에 평양시내에서 김 위원장과 동승한 오픈 카 퍼레이드를 벌인데 이어 오후 1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의 공항 도착 및 환대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개방과 자유를 지향하는 정상국가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정은 내외가 함께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한 것도 그랬고, 김 위원장 집무실인 노동당사에서 남북정상이 처음으로 회담을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제 정상회담은 전반적인 의제를 종합적으로 개진한 수준이어서 조율·절충·합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나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남북미가 '비핵화-종전선언'이라는 공동과제를 풀어야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과 함께 김 위원장의 결단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카퍼레드를 한 후 숙소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제는 정말 결실을 맺을 때”라고 말하자 “온 겨레의 기대를 잊지 말고 우리가 더 빠른 걸음으로 더 큰 성과를 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에 대한 남북 정상의 기대와 의지를 동시에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정상이 평양에서 보여준 신뢰와 파격 그리고 격의 없는 모습 그대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완벽한 비핵화 시나리오는 핵무기·핵물질·핵시설 등의 리스트 신고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성남 서울공항 환담장에서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실질적인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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