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박병욱 한전 대전·세종·충남본부장

우리나라는 국가경제 발전 및 국민복리 증진을 위해 국가 정책상 필요에 따른 취약부문을 지원하고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에 의거 전력요금 단가를 달리 적용하는 교차보조를 시행하고 있다.

7개로 구분되는 계약종별 중 교차보조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종별은 농사용 전력이다. 지난 2017년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의 1kWh당 농사용 전력 판매단가는 46.89원으로서 전체 평균단가(105.04원)의 45% 수준이다.

농사용 전력에 대한 교차보조는 영세 농어민을 보호하고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높이며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출 경쟁력을 증진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전 국민의 복리증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농사용 전력에 대한 교차보조가 시행 50여년을 넘어서는 현재, 농사용 전력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면 농사용 전기를 시설난방에 사용하는 문제이다. 석탄, 석유 등을 1차 에너지라고 한다. 전기는 1차 에너지를 이용해 발전을 하고, 또한 송전·변전·배전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2차 에너지다. 가급적 1차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1차 에너지를 2차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특성상 불가피하게 많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사용 전기요금이 저렴하다 보니 최근 화훼나 특용작물 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난방에 전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기보일러가 기존의 등유나 벙커C유 보일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농어업의 에너지원 중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6.8%에서 '14년 34.1%로 대폭 증가했으며, 최근 특수작물 재배가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전기사업자 영업이익 감소의 문제를 넘는다. 중요한 점은 농업 시설에 대한 전기난방은 전력이 석유 등 1차 에너지 소비를 대체하는 에너지 소비구조의 왜곡을 발생시킨다는 데 있다. 동일 열량을 생산하는 비용에 있어서 전력의 그것이 기타 1차 에너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 낭비 요인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농사용 전력에 대한 교차보조를 영세 농어민 보호와 농어업 경쟁력 제고라는 당초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농어민단체, 정부, 학계, 전기사업자 등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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