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잡동사니.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 또는 그런 물건을 의미한다. 반듯하지 못하고 자잘한 일. 그런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잡동사니의 '잡(雜)'은 '뒤섞여 어수선하다'는 뜻이다, '잡것들, 잡새' 할 때 '잡'이다. '우리나라 단독 주택들은 각자 차고가 있지만 차는 없고 대신 못 쓰는 가구나 도구 등 잡동사니만 쌓여 있다.' '잡동사니가 아닌 바에야 그렇게 못된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이 단어가 탄생한 때는 조선 정조 안정복(1712~1791)이 태어난 이후다. 실학자였던 안정복은 특히 잡다한 것을 좋아했고 메모의 달인이었다. 후에 써먹을 자료, 정보, 지식이 된다면 무조건 메모를 해 '초서롱'이란 바구니에 보관해 두었다. 그 바구니에는 늘 깨알만 하게 적힌 잡다한 종이나 천 조각들이 뒤섞여 있었다.

안정복은 바구니가 가득 차자 드디어 이 조각들을 꺼냈다. 무수한 조각 가운데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사나 제도, 유교 경전의 자구, 명가의 저술, 명물과 패설 등에 관한 조각들만 말이다. 그리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자신의 의견을 달지 않았다.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체계화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빛을 본 책이 하나 있다. 53권의 ‘잡동산이(雜同散異)’다. 안정복은 잡다한 지식을 모은 책이라 해서 ‘잡동산이’라 정했다. 수많은 각종 지식을 모아 놓은 저술이라 자료적 가치가 인정된다. 이처럼 방대한 저술이기는 하지만 미완성 고본에 가치를 두어야 할 책이다.

‘잡동산이’를 소리 나는 대로 쓰면 '잡동사니'다. ‘잡동산이’가 잡다한 지식을 모아놓은 책이다 보니 언제부턴가 의미도 바꿨다. '잡다한 것들이 뒤섞인 것'을 표현하는 명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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