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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를 말하다 - 제27회 전국무용제를 관람하고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9월 19일 수요일 제22면     승인시간 : 2018년 09월 18일 18시 29분
이은희 ㈜대원 전무이사(수필가)

몸의 언어는 말이 필요 없다. 몸짓은 어느 표현보다 강렬하고, 유연하게 사람의 마음을 홀린다. 큰 무대 위에 놓인 의자 한 개와 남녀 무용수, 두 명의 무용수는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수많은 시선은 무용수의 언어를 놓칠세라 손짓과 발짓, 몸짓을 읽는다. 팔이 계곡물처럼 유유히 흐르는가 싶으면, 다리가 산처럼 접히고, 온몸이 들풀처럼 드러눕는 행위가 이어진다.

농염한 무용수의 현란한 춤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관중의 숨통을 쥐락펴락한다. 춤의 문외한도 무용수의 풍부한 표정과 몸짓에 놀라며 서서히 빠져든다. 무용은 삶의 희로애락을 몸짓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춤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도 다르고 이야기도 풍성하다.

조지아의 전통춤의 원형은 마치 새가 나는 듯 무대를 훨훨 날아다닌다. 남성의 몸이 어찌나 날렵하고 잽싸게 공중부양하는지 감탄사만 흐를 뿐이다. 마치 내가 춤을 추는 듯 숨을 몰아쉰다. 그들의 몸짓은 허허벌판 같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무용수의 수려한 몸짓이 멈추자, 숨죽이고 바라보던 관중의 갈채가 폭우처럼 쏟아진다.

그녀가 춤의 불모지인 충북에 신화를 낳는다. 충북무용협회 류명옥 회장은 제27회 전국무용제를 충북 청주에 유치한 대단한 여성 지도자다. 그녀의 남다른 열정은 21년 만에 열린 전국무용제를 훌륭히 마친다.

청주가 교육의 도시라고 표명하며, 대학에 무용학과가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1972년 한강 이남 대학인 청주여자사범대학에 최초로 생겼다가 없어지고, 현재 기존 학과도 폐과가 되었다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류 회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전국무용제를 연 것이나 다름없다. 춤의 결을 잇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쓰는 열정에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춤의 고전에서 현대무용까지 아우른 짜임새 있는 무용제다. 그 서막으로 해외초청 무용수의 현대무용 공연과 전국 16개 시·도 대표 무용단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이 공연으로 열흘 내내 불을 밝히고, 각 시·도와 소통과 화합의 장이자 감동의 도가니장이 된다. 특히 개막식에 공연된 충북 춤 ‘천년의 디딤’, 두 명이 열연한 청주의 '직지심체요절'은 정녕 활자가 움직이는 듯 착각이 일어날 정도이다. 과연 사람의 몸은, 춤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궁금하다. 그 의문을 고전무용에서 찾는다. 예전 농악에서 보았던 정겨운 소고이다. 가을 운동회에서 단체 무용으로 추었던 정겨운 소고춤이 내 앞에서 재현된다.

경기도무형문화재인 고깔을 쓴 정인삼 선생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소고춤을 추고 있다. 관객도 덩달아 어깨춤을 추며 추임새와 박수로 호흡을 맞춘다.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전통춤을 계승하며 춤의 재창조의 장으로 거듭난 전국무용제다. 다양한 춤의 향연을 한자리에서 보고 느낄 수 있어 더없이 즐겁다. 깊고 푸른 밤 예술의 전당을 나서는 발걸음에 흥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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