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철규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며칠 있으면 민족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추석과 설 명절에 3일씩 쉬게 하는 제도가 시행된 것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므로 이제 한 세대가 지나면서 우리 생활에 온전히 자리잡은 느낌이다.

연휴동안 가족 친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쌓였던 정을 나누면서 조상을 기리는 오래된 풍습은 아름답고 소중한 전통으로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갈 미풍양속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모든 풍습은 변하기 마련인 데, 변화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바람직한 변화가 중요할 것이다. 옛날에는 몇백년 동안 사회 자체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요즈음 사회변화의 속도와 폭이 날로 커지고 있어 생활방식은 물론 가치관까지도 점차 변하는 시대여서, 제사나 차례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조상어른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혈연의 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예전과 똑같이 고수해야 될 명분이나 이유는 없을 것이다.

명절에 오히려 가정폭력이 평소 보다 1.5배 증가하는 부작용도 문제고, 과도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겪는 명절증후군이 이제는 미혼남녀, 취업준비생과 수험생들, 그리고 노부모들까지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는 후유증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신세대 젊은이들은 명절 때 친척어른들의 무심한 질문들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명절 잔소리 메뉴판을 만들어 자기들에 대한 걱정은 용돈받고 유료로 판매한다는 패러디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명절의 취지대로 가족끼리 돈독한 정을 나누고, 조상을 경건하게 기리는 마음만 충분하다면 명절의 본분은 다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명절증후군을 위한 치료제로 추석명절을 바캉스처럼 휴가로 즐기는 추캉스도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추캉스가 일부 기업들이 영업전략으로 만들어낸 유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의 수요를 먹고사는 기업들이 발빠르게 바캉스 상품을 내세우고 있고, 심지어 네이버 국어사전에도 추캉스라는 단어가 등재된 것을 보면, 그러한 수요가 있고 효과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가족 모두에게 즐거워야 할 명절이 누구에는 괴롭다면 분명히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모든 일에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서 형식에 과도하게 집착하기 보다도 본질을 중시하면 어느 정도 해답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제사나 차례와 같은 각종 제례를 만들어낸 유교를 완성했다고 추앙받는 맹자도 일찍이 그 옛날 남녀칠세부동석 시대에 형수가 물에 빠졌다면 손을 뻗어 구해줘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렇지 않는다면 짐승같은 존재라고 강조한 것처럼 형식 보다 본질을 중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이번 추석명절에도 차례를 잘 지내려는 형식에 너무 구애받기 보다는 그 원래 취지나 본질에 더 신경을 쓰고 노력하면서, 비록 추석명절은 작년에 사상최장의 10일간에 비해서는 반 밖에 안 될 정도로 짧지만, 가족간 돈독한 정을 다같이 누리고 다같이 즐기는 알찬 시간들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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