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이은 최다 질환, KAIST 발생 원리 규명, 치료약 개발 본격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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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교수
소아 뇌종양은 백혈병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소아 뇌종양 환자들의 경우 빈번하게 난치성 뇌전증(간질 발작)이 발생하지만, 아직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소아 뇌종양에 의한 난치성 뇌전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해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의과대학원 이정호 교수 연구팀이 난치성 뇌전증을 일으키는 소아 뇌종양의 근본 원인과 뇌전증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

소아 뇌종양은 성인 뇌종양과 비교해 뇌전증이 빈번하게 동반한다. 소아 뇌종양에서 특이적으로 발생하는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항 뇌전증 약물에도 반응하지 않아 환자 치료에 큰 어려움이 있다.

이정호 교수 연구팀은 소아 뇌종양 환자 뇌 조직과 동물 모델을 분자 유전학적으로 분석했다.

태아의 뇌 발달과정 중 신경 줄기 세포에 ‘비라프’(BRAF V600E)라는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난치성 뇌전증이 동반되는 소아 뇌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뇌전증이 동반된 소아 뇌종양 중 하나인 신경절 교세포종 환자의 종양 조직을 분자 유전학적으로 분석해 비라프 유전변이가 태아 뇌 발달 과정 중 발생하는 점을 확인했다. 이 변이를 동물 모델에서 구현해 신경절 교세포종의 병리 양상을 재현해 발작을 관찰했고, 소아 뇌종양 기반의 뇌전증 치료용 동물 모델을 최초 확립했다. 이를 이용해 면역 염색 분석과 전사체 분석을 실시했다.

소아 뇌종양에서 발생하는 난치성 뇌전증이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브라프 변이로 인해 생기고, 교세포에 존재하는 변이는 종양 덩어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재 임상에서 항암제로 사용 중인 비라프의 저해제를 동물 모델에 주입해 난치성 뇌전증 치료 효과도 확인했다.

1저자인 고현용 연구원은 “소아 뇌종양 환자의 경 줄기 세포에서 발생한 특정 돌연변이가 난치성 뇌전증 발생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국내 연구진이 최초 발견해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난치성 뇌전증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는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김동석·김세훈·강훈철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 및 서경배과학재단, 보건복지부 세계선도과학자육성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KAIST 교원창업기업인 소바젠을 통해 소아 뇌종양 기반의 난치성 치료약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고현용 박사과정이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17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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