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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춘추]
문은현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최근 대전·충청지역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의 성희롱·성폭력 폭로가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역 각 학교에서도 성희롱 등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폭로한다. 선생님들의 혐오와 차별 속에서 발생하는 ‘스쿨 미투’ 운동은 무엇보다 학교에서 학생인권의 경시에서 비롯된 일이다. 대전·충청지역 ‘스쿨 미투’ 운동의 확산은 아직까지도 학생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학교교육 형태가 이 지역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쿨 미투’ 운동과 더불어 대전·충청 지역 학생들의 인권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진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필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업무를 담당할 때,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고교 1년 학생이 교복을 입은 채 뛰어내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의 가방에 유서는 없었고, ‘각서’ 한 장과 반성문이 들어 있었다. 각서에는 ‘나는 교칙을 위반할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고 스스로 자퇴할 것을 서약하며, 본 각서를 보호자 연서로 제출 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요구한 각서는 자퇴할 것을 서약하는 등 학생지도에 필요한 정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신체·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이렇듯 지역 내 학생인권 문제가 심각 수준인데도 학생인권조례 추진을 반대하는 수구세력들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훈육을 어렵게 하고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그 결과 지역 내 학생인권조례 제정 시도는 매번 좌절됐다. 하지만 학생인권과 교권은 결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학교 내 차별과 폭력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개성을 자유롭게 실현시킬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게 되며 내가 존중받고 있듯이 남의 인권도 존중하게 되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충남·충북·세종에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 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담긴 공동공약을 채택하면서 대거 당선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 교육감 주도로 학생인권 조례 제정을 가속화 하는 곳은 없다. 만약 학생인권조례를 제정돼 지금까지 충실히 수행해 왔다면 최근 대전·충청 지역에 ‘스쿨 미투’ 운동 확산 등 이러한 참담한 인권 문제를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 속히 학생인권 조례가 이 지역에 만들어져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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