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 청주 흥덕경찰서 봉명지구대

이마에 땀이 난다. 사무실이 더운 것도 아니고 몸을 많이 움직여서도 아니다. 난 지금 민원인 응대를 하고 있다. 현장 업무만큼 민원인 응대를 하는 업무도 어렵다. 대체로 경찰의 이미지는 사건 현장을 누비며 범죄자를 체포하는 인식이 강하지만 경찰의 업무는 다양하다. 지구대에서도 민원 접수를 받고 서류를 발급해 주는 업무의 양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많아지는 업무 량에 비례해 민원인 대면도 증가하면서 경찰공무원도 안전한 지대는 아니다. 욕설과 폭언으로 인권이 유린당하고 위험 속에 신변이 노출되며, 다른 공무원과 다르게 공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위험 사각지대에 맨몸으로 놓여 있다.

며칠 사이로 숙연한 분위기로 민원인 응대에도 더욱 조심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경남의 한 경찰서에 음주단속으로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경찰서 정문에 불을 지르고 분신을 시도했지만 근무자들에 의해 불길이 진압되어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춘천의 한 지구대에서는 음란행위로 단속된 것에 불만을 품고 자신을 단속한 경찰관을 찾아오라며 지구대까지 찾아와 흉기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하듯 민원인 대면이 많아지면서 경찰서의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고 더 이상 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을 수수방관하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만들어지는 인권 향상을 위한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대응 매뉴얼만 늘어날 뿐 보호받는 방법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이다.

갖은 위험 속에서 업무를 처리하다 막상 사고라도 발생하면 누구의 책임인지, 범죄자는 어떤 사람인지, 범인을 제압한 영웅은 누구인지에 국민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찰관에게는 크게 조명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최근 경찰관과 관련 소송이 잇따라 패소하며 전체적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 일반공무원에 대하여 대민창구 공직자의 안전을 강화한다는 ‘공무원종합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우리 경찰도 기존처럼 완전 개방형 민원 접수 방식에서 벗어나 사무실 출입문을 강화 유리로 교체하고 개별 민원 접수대 설치와 차량 돌진 방지를 위한 방지턱 설치 등 안전 보완에 관한 계획을 모색해봐야 한다. 업무 중에 발생한 일이 민원인의 보상 심리의 갑질로 날아와도 온 몸으로 받아 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찌 보면 이 사회에 경찰이란 일정부분이 사회적 약자와도 같은 것이다. 지금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경찰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엄연히 같은 공무를 수행하며 현장에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그들의 인권과 안전이 가려져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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