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정됐으나 일부 수정·삭제, 인권단체 “취지 무색” 거센 비판

충남 인권조례가 우여곡절 끝에 재제정됐지만 기존 조례에 비해 축소·후퇴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제정을 통해 일부 수정 또는 삭제가 이뤄지면서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 등 도내 인권단체는 곧바로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독교 단체와 보수 단체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개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6일 충남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의결된 인권 기본 조례는 기존 ‘충남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서 7개 조항, 10개 부분이 수정 또는 삭제됐다. 대표적으로는 지금껏 논란의 핵심이었던 ‘제8조 인권선언 이행’이 포함되지 않았다. 제8조에 의하면 도지사는 도민 인권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

하지만 기독교 단체 등은 인권선언의 차별금지 원칙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포함된 점을 지적하며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도의회가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은 조항으로 인한 갈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는 인권선언이 도민들의 삶 속에서 구현되도록 단체장의 책무를 규정한 조항을 ‘동성애 논란 조항’으로 여겨 삭제한다면 인권조례의 취지가 무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는 다른 조항의 삭제 및 축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조례에서는 기존 조례의 제9조 인권 민·관협의체 설치·운영에 대한 규정 전체가 배제됐고 제10조 인권지킴이단의 활동도 축소됐다. 협의체는 현안과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으며 협력사업의 발굴을 맡도록 정해져 있었고, 인권지킴이단은 제도 개선사항을 제안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삭제됐다.

인권단체는 입법 예고에서부터 해당 내용들이 삭제된 데에 대해 민주적 장치가 퇴보했다고 지적해왔다. 인권단체는 이번 재제정안에 대해 “기존 조례에서 더 포괄적인 의미의 ‘기본 조례’로 제정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반드시 민주적 절차에 따른 보완과 개정의 과정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조례를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공희 의원(천안4)은 “제8조를 뺀 것은 아쉬움이 있지만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등도 도민이기 때문에 의회의 역할로서는 맞다고 생각했다”며 “인권 정책을 우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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