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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과제수주… 인건비 일부 충당
단기성과 매몰… 제도개선 추진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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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충청투데이 DB
한국의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주역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 연구개발(R&D) 정책이다. 정부 R&D 정책의 중심에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발판으로 선진국을 추격했고, 지금의 대한민국 위상을 확보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에 직면한 연구현장은 현재 ‘연구과제 중심 연구비 지원 시스템’(Project Based System·이하 PBS)에 발이 묶여있다. PBS는 출연연이 외부 연구 과제를 수주해 일부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출연연과 기업, 대학이 수주 경쟁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내도록 하는 취지로 1995년 도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입 취지와 다르게 연구자들이 연구보다 과제 수주에 매달리고,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초창기 출연연은 기업들의 산업지원이 커 민간 수탁이 많았으나, 기업도 R&D 투자를 늘리면서 현재 출연연은 정부 수탁 과제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국가 R&D의 중심인 출연연이 인건비와 연구비를 확보하려고 다수 과제에 참여해 선도적 연구나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한 융합연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PBS 도입 이후 이런 문제가 20년 넘게 지속되면서 선도적인 과학기술 역량을 축적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는 게 연구자들의 목소리다.

정부는 그동안 PBS 보완을 위해 출연금 확대, 출연연 임무 재정립 등 개선안을 도입하고 시행해왔다. 그러나 단기성과 중심 연구나 연구의 지속·안정성, 자율성 배제 등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PBS를 놓고 연구현장의 불만과 우려가 이어지자, 정부는 현장 의견을 듣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국가 R&D 혁신방안 설명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연말까지 개선안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현장 의견을 청취해 3가지로 정도로 개편 방안을 설정했다. △PBS를 폐지하고 재정으로 100% 인건비 지급 △공공·기초 등 분야별로 나눠 출연연 인건비 지원 비중 차별화 △정부 출연금을 묶음예산(블록펀딩)으로 지급해 출연연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는 방안 등이다.

여러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연구자들은 안정적인 연구비와 인건비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현장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출연연 예산 지원 구조를 보면 출연금과 정부수탁 과제 예산을 합쳐 90%에 이르는 만큼 얼마든지 PBS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다.

출연연 한 연구자는 “PBS 문제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정부 주도의 연구 지원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수탁 과제가 대부분인 현 시점에서 경쟁 차원을 넘어 출연연별로 대형 연구, 지속가능한 장기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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