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15세기 절대왕정 시대. 당시 강대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다. 유럽 변방에 있는 두 나라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바다를 향해 나가면 결국 낭떠러지로 추락한다든가, 펄펄 끓는 바다가 삼켜버린다 등의 미신과 같은 이야기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콜럼버스, 바스코 다가마, 마젤란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인물들은 당시 신항로 개척, 신대륙 발견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이들을 후원했던 사람들이 바로 포르투갈 해양왕 엔리케, 스페인의 이사벨여왕이었다.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막대한 은과 금을 가져온 두 나라는 향후 100년 간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광활한 해양 너머의 미지의 땅은 이들에게 희망이자 꿈이었다. 그 후 영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앞 다투어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린 것을 보면 조국의 영광과 번영의 열쇠가 거기에 있다고 여긴 듯하다. 1900년대, 산업이 발달하고 생산하는 재화는 많아졌지만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더 잘 살아보고자 하는 욕망과 과욕은 다른 땅에 대한 침략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우리와 문화와 언어가 다른 먼 나라는 청춘들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의 땅으로 생각한다는 걸 대학생들을 만나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역사의 소용돌이를 목격한 필자로선 세계대전이 끝나고 100년도 되지 않아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 대해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얼마 전 괌에 있는 호텔 대표의 초청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다. 호텔관광조리대학 재학생들이 참석했다. 그의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하던 학생들에게 강의가 끝나고 질문할 시간을 주었다. 그 폭풍처럼 쏟아지던 질문과 열정으로 빛나던 그 눈빛이란. 도전 정신으로 충만한 학생들을 보며 참 잘 교육시켰다는 뿌듯함을 느꼈고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을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들의 자신감은 묘한 감동을 주었다.

필자는 서울에서 개최된 우즈베키스탄 건국 27년 기념식에 초청 받았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에는 많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게 눈물의 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스탈린은 소련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 17만 명에게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를 명령했다. 극동에서 일본의 간첩활동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5000~6000㎞ 떨어진 황무지에 버려져야 했다. 지금은 고려인 3,4세들로 세대가 바뀌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에 무척 관심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고려인 후손들은 조국으로,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은 한국대학에서 좀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기꺼이 한국행을 택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흐름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신항로개척 시절에 퍼졌던 전설 중에 ‘엘도라도’가 있다. 황금이 넘쳐난다는 전설의 이상향으로 주로 스페인 정복자들을 통해 유럽에 소문이 퍼졌다. 황금에 대한 욕심으로 다들 신대륙으로 탐사를 떠나기 바빴다. 그렇지만 많은 탐험가들이 별 소득 없이 돌아오거나 항해와 탐사 중 사망하였고 신대륙에 살던 원주민들 역시 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환상을 좇기 보다는 자신을 단련하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꿈이라는 황금을 얻으려면 언어는 기본이고 전문성을 갈고닦아야 한다. 성공을 낚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바로 자신만이 높여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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