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법 현장 적용 어려워…운영자 범법자로 만들어

“휴게시간이 생기긴 했는데 사실 쉴 시간이 없어요. 휴게시간 대신 퇴근시간이 30분 당겨지긴 했는데 일이 많아서 칼퇴(정시퇴근)는 꿈도 못 꿔요.”

지난 7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근무시간 도중 휴게시간 1시간이 의무적으로 보장되도록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법적으로 휴게 시간이 보장됐지만 실제 현장에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현장에서 입을 모으고 있다.

A(22·여) 씨는 청주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한다.

이 어린이집은 A 씨에게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해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하도록 했다. 만 3~5세 아이 반(13명) 담임교사인 A 씨는 법적으로 하루 8시간 근무 중 1시간의 휴게시간을 가져야 하지만,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휴게시간을 포기했다.

휴게시간 등을 위해 이 어린이집에는 누리교사(보조교사) 2명이 있지만 A 씨와 보육교사들은 이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실질적인 휴식을 취하긴 어렵다고 전한다.

A 씨는 “휴게시간에 누리교사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그 잠깐 사이에 애가 다치거나 다른 일이 생기면 부모에게 전달해야 할 말을 하기 어렵다”며 “또 내가 아닌 다른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것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에 쉴 수도 있지만 영아(만1~2세)가 아닌 유아들을 억지로 재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아이들이 잠에 들더라도 쉬긴 어렵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도 A 씨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같이 점심을 먹는 등 일의 연장이다.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가도 A 씨의 일은 끝난 게 아니다. 각종 서류 작성으로 처리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보육일지’를 시작으로 어린이집 ‘행사일지’, ‘관찰일지’, 부모님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기록한 ‘통화일지’, 아이들이 먹는 약을 확인하는 ‘투약일지’, 심지어 칫솔함 확인서류랑 보육환경서류도 작성해야 퇴근할 수 있다. 보통 모든 일을 끝내면 퇴근시간을 훌쩍 넘기곤 한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현재 도내 어린이집은 1157곳이다. 기존에 충북에 있는 보조교사 인원은 480명, 이번 정부에서 추가로 채용하는 보조교사 6000명 중 충북지역 배치 인원은 약 250명이다.

하지만 도내 일부 어린이집은 아직 보조교사 채용이 진행 중이거나 채용 계획조차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다.

도내 보조교사 인력자원이 부족한 점도 큰 문제라고 충북도는 설명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현장과 맞지 않을뿐더러 어린이집 운영자를 되려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진숙 충북어린이집연합회장은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법적 휴게 시간이 있어도 실적용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현장을 외면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워 대부분의 어린이집 운영자들을 범법자로 만들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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