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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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많은 소녀' 전여빈 "선과 악의 모호함, 표현하려 했죠"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를 보고 나면 궁금해지는 배우가 있다.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 어떤 심정으로 연기했는지 직접 듣고 싶어진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죄 많은 소녀'(김의석 감독)에 출연한 전여빈(29)도 그런 배우 중 하나다. 신인임에도 강렬한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올해의 발견'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가 맡은 배역은 여고생 영희.

전날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친구 경민이 숨진 채 발견되자, 주변 사람들은 영희를 경민의 죽음을 부추긴 장본인으로 몰고 간다.

영화는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그 주변인들이 보이는 다양한 반응을 담는다. 저마다 무게는 다르지만, 죄책감을 느끼며 그 죄책감을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전여빈은 죄책감, 분노, 무력감, 환멸 같은 다양한 감정에 휩싸여 저도 어쩔 줄 모르는 영희를 실제 자신인 듯 표현해냈다.

"영희는 친구의 죽음에 죄책감을 안고 있지만, 완전히 인정하기도,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주변인들도 마찬가지고요. 선악의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호한 마음과 행동을 표현하는 게 우리 영화의 과제였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전여빈은 아직 영화의 여운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는 모습에서 그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는지가 느껴졌다.

전여빈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20대 후반인 제가 여고생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2차 오디션 때 감독님이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고, 저 역시 잊고 싶었던 트라우마를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공감이 이뤄진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죄책감을 아우르는 이 작품의 무게감을 감당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것 같아요."

'죄 많은 소녀'는 김의석 감독이 직접 겪은 상실의 아픔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등장인물과 이야기는 모두 허구이지만, 감독이 당시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녹여냈다.

영희는 극 중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때의 괴로움과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하는데, 스크린 밖으로 그 고통이 전해질 정도다.

전여빈은 "그 장면을 위해 '부산행'과 '곡성'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가르쳤던 전문가를 만나 훈련을 받은 뒤 2~3개월 정도 연습했다"고 떠올렸다.


영화는 쉽게 휩쓸리고, 상처받는 여고생들의 심리를 현실감 있게 그린다. 전여빈의 학창시절도 궁금했다.

"저는 강릉에서 비평준화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입시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제대로 된 하루를 보낸 기억이 없어요. 3년 내내 공부에 치여 살았죠. 중학교 때는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와서 재미가 있었지만, 고교 때는 압박감 속에서 경계를 뛰어넘어야 하니까 마치 저 자신을 갉아먹는 것 같았죠." 의사가 꿈이던 그는 결국 대입에 실패하고 방황의 시기를 거쳐야 했다.

"저만 혼자 표류하고 뒤처진 것 같았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내 성격이 어떤지도 모를 정도로 나 자신을 잃어버렸던 시기였어요. 그러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본 뒤 엄청난 파도가 가슴 속을 덮치는 경험을 했죠. 그때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구성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가족을 설득해 서울에서 연기학원을 한 달간 다닌 끝에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대학로에서 조연출, 티케팅 등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연극 일을 배웠다. 독립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했지만, 그는 여전히 무명이었다.


배우로서 앞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밥벌이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기회가 찾아왔다. 문소리가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 캐스팅된 것이다.

전여빈은 "문소리 선배가 단편 작업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무명인 저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여배우는 오늘도'의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상갓집에 감독과 함께 온 신인 여배우로 등장한다. '죄 많은 소녀' 속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다. '정말 같은 배우가 맞느냐'고 묻자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 뒤로 행운이 잇따라 찾아왔다. '죄 많은 소녀'로 지난해 부산영화제로부터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고, 최근에는 드라마 '구해줘'에도 캐스팅돼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전여빈은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선물처럼 와준 기존 작품들처럼 열린 마음으로 다음 선물을 기다릴 것"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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