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우리의 미래인가?·일본 국수에 탐닉하다

[신간] 적과의 대화·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

원자력 우리의 미래인가?·일본 국수에 탐닉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적과의 대화 = 히가시 다이사쿠 지음. 서각수 옮김.

베트남 전쟁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눈 미국과 베트남이 1997년 6월 하노이에서 3박4일 동안 진행한 '하노이 대화'의 현장과 의미를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일본 NHK 디렉터로 활동한 국제관계 전문가다.

전후 20여년 만에 마주한 양국은 20세기 최대 비극 중 하나인 베트남 전쟁을 피할 길은 없었는지,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는 없었는지를 토론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비극의 원인이었음을 깨닫고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함을 확인한다.

당시 미국에선 국방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S.맥나마라를 비롯한 관료, 군인, 학자 등 13명이 하노이를 찾았고, 베트남에선 응우옌꼬 탁 전 외무장관을 중심으로 13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대화 참가자들은 만약 트루먼 대통령이 1945년 9월 호찌민 주석이 보낸 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베트남을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는 프랑스에 반대했더라면 전쟁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되짚는다.

전쟁 당시 미 국무부 자문역을 한 체스터 쿠퍼는 이에 대해 "당시 미 국무부에 호찌민 주석은 물론 베트남이라는 국가를 알고 있는 사람조차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아시아 상황에 그만큼 무지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을 모색하는 지금 우리가 참고할 만한 책이다.

원더박스 펴냄. 224쪽. 1만5천원.

▲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 = 이언 샤피로 지음. 이현휘·정성원 옮김.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가 인문·사회과학의 현실도피적 학문 풍토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책은 인문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이 인간행동의 동기나 시장의 기능에 대해 비현실적인 전제를 깔고 모델을 설계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도망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손쉽게 입수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계량적 연구를 수행하는 데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해당 데이터가 연구 대상을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

인문·사회과학의 현실도피 성향의 가장 큰 폐해는 도피적 성향이 현실 정치로까지 이어진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정치인들이 명백한 진실을 제멋대로 부인하고 명백한 거짓을 태연히 옹호하며,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가짜뉴스'로 치부해 버리는 작금의 현실이 바로 이런 현실도피 성향의 정치적 표현이라고 꼬집는다.

인간사랑 펴냄. 613쪽. 3만5천원.

▲ 원자력 우리의 미래인가? = 데이비드 엘리엇 엮음. 이지민 옮김.

2007년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속에 영국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에서 찬성으로 돌아섰을 때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영국 오픈대학교 교수들이 주축이 돼 출간한 책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참고서를 활용할 만하다.

삶의 터전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됐다.

책은 원전이 당장은 탄소 배출을 억제해줄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제든 폭탄을 떠안고 살아가다가 그 짐을 후손에게 짊어지게 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중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원전의 역사, 원리, 위험성, 필요성 등 다양한 정보를 균형 있게 전달한다.

교보문고 펴냄. 384쪽. 1만6천원.

▲ 일본, 국수에 탐닉하다 = 이기중 지음.

푸드헌터이자 식도락가를 자처하는 저자가 일본을 10회에 걸쳐 100일간 여행하며 맛본 110곳의 소멘, 우동, 소바, 라멘 맛을 소개한다.

북쪽 홋카이도에서 서쪽 규슈까지 일본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과 풍습, 문화가 있는데, 음식 문화도 지역색이 뚜렷하다. 간사이의 우동, 간토의 소바처럼 면요리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서로 다른 역사와 개성을 지닌, 일본의 이름난 면요리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을 일별한다. 일본 3대 우동 산지로 꼽히는 아키타현(이나니와 우동), 군마현(미즈사와 우동), 가가와현(사누키 우동), 일본 제2의 메밀 산지 나가노현(신슈 소바) 등등.

저자는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로 한국시각인류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130개국 이상을 여행하며 얻은 지식을 토대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따비 펴냄. 392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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