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 활약상과 일제 악행 재조명 등 성과…엔딩에도 주목

피할수 없는 그날…격통만 남은 '미스터 션샤인'

의병 활약상과 일제 악행 재조명 등 성과…엔딩에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주한일본공사 하야시가 외부대신 서리 이지용을 칼로 위협해 한일의정서에 사인을 받아냈다.

러일전쟁 중 대한제국의 중립에 대한 의지를 송두리째 무시한 이 한일의정서는 실제 역사에서 1904년 2월 체결됐다. 경술국치까지 약 6년이 남은 시점이다.

일제강점기 직전을 배경으로 한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이 총 24회 중 4회를 남겨두고 시대 아픔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면서 시청자의 눈도 고정되고 있다.

◇ 임정 100주년 앞두고 재조명된 의병들, 일제의 악행

중반부 적지 않은 분량을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고애신, 그리고 구동매(유연석), 김희성(변요한) 간 사각 로맨스에 치중했던 드라마가 4회를 남기고 본격적으로 일제의 악행과 의병의 활약, 민초의 고통을 생생하게 담기 시작했다.

의병들은 '무명'(無名)이다. 나라를 위해 불꽃처럼 몸을 불태웠지만, 역사의 기록에서는 자세히 찾아보기 어렵다. 신분은 사농공상으로 다양했지만 애신의 대사처럼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었기 때문이다.

그 무명의 존재들은 일제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다. 극에서도 자신의 조국을 그저 쇠락한 존재로만 얕잡아본 이완익(김의성)에게 조선 침략을 준비하던 일본의 모리 다카시(김남희) 대좌는 경고한다.

"조선은 왜란과 호란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어요. 민초들이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으니까.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됐죠. 을미년의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카시의 예측대로 애신의 부모 역시 의병이었다. 할아버지인 고사홍(이호재) 역시 그 핏줄의 의지를 어쩌지 못한다. 그렇게 애기씨는 총을 잡았다.

한일합병을 1910년까지 늦추고, 이후에도 목숨을 걸고 독립을 위해 싸운 의병들의 각자 사연을 모은다면 드라마 100편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시청자들은 애신과 애신의 부모부터 황은산(김갑수), 장승구(최무성), 홍파(서유정), 소아(오아연) 등 다양한 모습의 의병을 그린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조금이나마 시대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일제의 악행 역시 점점 극악무도해지고 있다. "전우가 누군지 불지 않으면 죽이겠다", "죽고 싶다면 '목숨만' 살려주겠다"며 갖은 고문을 행하는 일본군들을 보고 있노라면 108년 전 조국의 아픔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 난다.

◇ 임정 100주년 시대극 물꼬…엔딩에도 관심

내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불문하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들이 대기 중인 가운데 '미스터 션샤인'이 물꼬를 크게 텄다.

하지만 내년 예정된 '이몽'과 '약산 김원봉'(가제) 등 시대극은 정확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반면, '미스터 션샤인'은 일제강점기 이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근대사를 다룬 대부분의 시대극이 일제강점기와 광복 과정에 치중해온 만큼 '미스터 션샤인'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시대를 다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미스터 션샤인'의 시계는 한일의정서가 체결된 1904년을 지나고 있다.

이완익을 비롯해 홍파 등 굵직한 인물들이 줄줄이 죽고, 대한제국이 몰릴 데까지 몰린 상황에서 과연 '미스터 션샤인'이 1910년 국권침탈까지 담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일합병까지 그리면서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새드엔딩을 담을지, 아니면 그 직전 시기를 배경으로 여운을 남기며 열린 결말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제작진은 결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제작사 화앤담픽쳐스 관계자는 15일 "역사적 배경만 보더라도 남은 4회 동안 일본의 악행은 더욱 극렬해질 것이고, 의병들의 대사처럼 쉽게 조국을 내어주지 않기 위한 그들의 치열한 삶이 더 생생하게 그려질 것"이라고 후반부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 24부작에 늘어진 아쉬움…숨 가빠진 막판 스퍼트

다만, 다소 느슨한 극의 전개는 아쉽다.

'미스터 션샤인'은 제작비로 약 45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편성 과정에 불가피함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24부작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최근 드라마는 편수를 줄이는 추세다. '미스터 션샤인'은 24부작으로 편집하는 바람에 초반부터 중반까지 스토리가 늘어졌다.

남녀 5인방의 사각 로맨스가 극의 큰 줄기인 점을 고려해도 중반부가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멜로라인마저 큰 구도 변화 없이 지지부진하게 전개되면서 시청률은 15%대에서 답보했다.

그러다 최근 마무리를 앞두고 뒤늦게 불이 붙었으면서 시대극의 본령을 소화하기 위한 '푹풍 전개'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중반 로맨스와 초반부의 전개를 조금 더 빠른 템포로 가져가고 편수를 줄여 밀도를 높였더라면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도 "18부작이나 20부작으로 제작했다면 일찍부터 훨씬 좋은 평가가 나왔을 것"이라고 짚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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