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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다섯 식구의 여름나기 - 3편
올초 이사… 세탁소 옆 딸린 방
자기 방은 꿈도 못꾸는 3남매
딸 자혜, 생활 도우려 취업준비

자혜(18·가명)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고 혼자 있고 싶을 나이지만 한 번도 본인만의 방을 가져본 적이 없다. 자혜네는 부모님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동생 둘까지 총 다섯식구로 세탁소 옆에 딸린 방 한 칸에 살고 있다.

올 초 청주에서 고모가 살았던 이곳 대전으로 이사 오게 됐다. 동생들은 청주에서 다니던 복지시설에서 학대를 받고 살던 집은 화재사고까지 나 오갈 데 없는 신세까지 된 적이 있다. 심장수술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혜 엄마 박(48·가명) 씨는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해 아빠 김(49·가명) 씨는 생계를 꾸려나갈 수도 없다.

그렇게 지옥 같은 청주 생활을 마무리 하고 친척의 도움으로 대전에 정착하게 됐지만 한창 성장기인 세 남매가 방 한 칸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기록적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은 이들 가족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꽉 막힌 방 한 칸에서 다섯 식구가 선풍기 한 대로 무더위를 견딘다는 것은 지옥 그 자체였다.

움직일 틈 없이 비좁은 공간에서 가족들과 함께 잘 수 없는 자혜는 근처 친척집에서 잠만 자고 오는 등 근근이 하루를 버티고 있다. 노후된 집은 싱크대가 내려앉고 공간이 협소해 정리가 불가능한 가득한 짐은 이들 가족의 생활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다<사진>. 각자의 독립된 공간이 없는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며 갈등까지 우려된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맏딸 자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전산회계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로 이밖에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취업해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자혜는 미숙아로 태어나 또래보다 작은 체구를 갖고 있지만 끈기와 의지만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아빠 김 씨는 “자혜가 장녀로서 동생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제대로 된 본인 방 하나 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며 “그래도 불평불만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착하게 학교생활을 해줘 너무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편 21일자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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