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북 송유관에 구멍 뚫어
훔친 기름 189만ℓ 25억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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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류를 훔치려 피의자들이 파낸 땅굴 모습.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밤새 잠도 자지 않고 땅굴을 파 송유관 기름을 훔친 조직원들이 경찰에 대거 붙잡혔다. 휘발유와 경유 등 이들이 훔친 기름은 총 189만ℓ, 시가 25억원 상당에 이른다.

대전둔산경찰서는 2016년 11월에서 올해 6월경, 대전과 충북 일원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유류를 훔친 피의자 40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중 18명은 구속했다.

주범인 A(41) 씨가 기름을 훔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던 교도소 안에서였다. 그는 다른 수감자로부터 기름을 훔쳐 팔면 벌이가 쏠쏠하다는 얘기를 듣고 대강 귀로만 방법을 전해들었다.

출소 후 본격적으로 1개월간 스스로 용접기술 등을 터득했고, 지인과 친구를 끌어들여 범행을 모색했다.

범행조직 안에는 과거 탄광에서 갱도 작업을 했던 이도 있었고, 훔친 기름을 판매할 주유소 운영자도 가담했다. 주유소 운영자 중 한 명은 나중에 기름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직접 기름을 훔치러 다니기도 했다.

범행은 주로 인적이 드문 야밤에 이뤄졌다. 기름을 빼내는 도유조 4명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8시간을 쉬지 않고 삽이나 괭이로 땅굴을 팠다. 이 작업을 2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도유범들은 미리 임대해놓은 창고에서부터 송유관이 매설된 장소까지 땅굴을 파고 호스를 연결하는 수법을 썼다. 일부는 폐업 중인 주유소 사무실을 임대해, 지하 터널식 땅굴을 파고 범행한 것도 확인됐다. 땅굴 길이는 최장 55m에 달한다. 범행이 계속되면서 A 씨로부터 기술 등을 전수받은 이들 중 일부는 마치 새끼를 치듯, 또 다른 절도조직 2개를 만들어 범행을 이어갔다.

경찰은 대한송유관공사 측 제보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으며, 연계수사로 1개 조직을 더 붙잡아 총 4개 조직 40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경유와 휘발유 총 189만ℓ(시가 25억원 상당)을 훔쳤으며, 훔친 유류는 시중보다 ℓ당 100∼200원 정도 싸게 판매했다. 다만 기술이 정교하지 못하다보니 중간에 포기한 사례도 11곳이나 됐다.

유정선 대전둔산서 형사과장은 “금전적 피해는 물론 엄청난 화재나 폭발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송유관 도유 방지를 위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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