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감동 다잡은 종합선물세트…영화 '안시성'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추석 연휴 극장가에 '고구려 바람'이 불 듯하다. 12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안시성'은 화려한 스펙터클에 감동까지 갖춰 올 추석 최대 화제작다운 면모를 입증했다.

'안시성'은 당나라 20만 대군을 상대로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88일간 싸워 승리를 끌어낸 고구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과 군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전쟁 액션 영화다.


사실 안시성 전투는 사료에 거의 나와 있지 않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간략히 언급돼 있을 뿐이고 양만춘이란 이름도 조선후기 야사에 보일 뿐이다. 영화는 남아있는 사료를 바탕으로 고증과 상상력을 덧대어 전쟁 블록버스터로 완성했다.

거의 모든 화력을 전투장면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기술력이나 디테일한 연출, 스펙터클 면에서 그동안 한국영화가 보여준 비주얼을 뛰어넘는다.

대규모 군중 신은 물론 개별 군사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까지 다각도로 생생하게 포착해 관객이 마치 전장의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백미는 총 4번의 전투장면.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는 주필산 전투를 비롯해 2번의 공성전(성을 점령하기 위해 공격하는 싸움), 승리의 쾌감을 주는 토산 전투장면까지 전투마다 각기 다른 무기와 새로운 전술이 등장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기마와 활쏘기는 기본이다. 당나라군은 성벽을 넘기 위해 초대형 탑을 이용하거나 고가 사다리를 올리고, 양만춘 군대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에 맞선다.

군사들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그다음 전투가 기다려질 정도다. 할리우드 영화 '300' '반지의 제왕'이 떠오르기도 한다.

6천명이 넘는 보조 출연자와 정교한 촬영이 가능한 로봇암 등 각종 첨단 특수 촬영 장비가 동원됐다. 220억원이라는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유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실제 승리의 역사이기에 쾌감도 큰 편이다.

김광식 감독은 "사료에는 안시성 전투에 관한 단순한 스토리만 나와 있고 전투 양상은 나와 있지 않아 삼국시대, 조선시대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공성전을 참고해 넣었다"면서 "관객이 액션의 한가운데 들어가서 체험하는 것처럼 연출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제 몫을 한다. 조인성은 자기만의 스타일로 양만춘을 연기했다. 연개소문의 쿠데타에 동의하지 않아 '반역자'로 불린 양만춘은 안시성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혼신을 다한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털털하면서도 부하의 죽음에 슬퍼하고, 활시위를 당기거나 칼을 휘두를 때는 남다른 용맹함을 보여준다.

조인성은 "양만춘 역을 맡고 제가 할 수 있는 장군 상을 고민했다"면서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역자로 몰리면서까지 안시성을 위해 싸운 인물인 만큼 야망을 내려놓고 이 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집중했다. 그 결과 소통할 수 있는 성주의 모습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연개소문의 지령을 받고 양만춘을 죽이러 왔다가 오히려 그에게 감명받는 안시성 출신 사물 역의 남주혁, 부관 배성우, 기마 대장 엄태구, 양만춘의 동생 김설현, 도끼부대 맏형 오대환, 그와 짝을 이루는 환도수장 박병은 등도 극에 무리 없이 녹아든다.

드라마도 풍성한 편이다. 설현과 엄태구의 러브라인이나 고구려 미래를 보는 신녀의 이야기 등은 다소 들뜨기는 하지만, 다른 장점들이 이를 덮고도 남는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런 역사영화는 스펙터클과 드라마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에 십상인데, '안시성'은 둘의 조화가 최절정에 이른 작품"이라며 "특히 양만춘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라는 메시지를 담은 점이 인상적"이라고 호평했다. 9월 19일 개봉.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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