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80년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내게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학창시절 장면들이 몇 가지가 있다. 운동회가 그렇고 소풍이 그렇다. 운동회나 소풍은 연중행사이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또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애향단'이다.

당시 토요일은 반공일이라 해 전 학년이 오전 수업만을 했다. 수업이 끝나면 전교생이 운동장에 동네별로 모여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고 종회가 끝나면 마을별로 애향단 단기를 앞세우고 출발을 했다. 고학년들 키 큰 선배들이 앞에서고 저학년일수록 키가 작을수록 뒤에 서서 그 애향단 단기를 보며 집에 왔던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하다. 애향단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일은 바로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청소를 하는 것이었다. 애향 단원이면 누구나 각자 빗자루를 들고 정해진 시간에 약속 장소에 모여온 동네를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를 했다.

또 청소와 함께 중요한 업무가 동네 화단을 가꾸는 것이다. 삽과 괭이를 들고 마을 입구의 잘 보이는 공터를 골라 화단을 만들고 코스모스, 해바라기, 나팔꽃 등 최대한 정성을 들여 아름답게 꾸몄다. 가끔 폐품 수집과 잔디 씨를 모아 오라는 숙제를 애향단 단위로 주고 시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동네 형들과 소통하게 되고 동네 청소와 화단 가꾸기를 통해 공동체의식과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동네에는 좋은 놀이터가 없는 곳이 없지만 그곳에서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원차를 타고, 각자의 학원으로 흩어지기에 정신이 없다. 어떤 아이들은 친구 사귀러 학원을 다닌다고 할 정도니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처한 현실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소에는 찾지 못하지만 명절 때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농촌을 찾는 가족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농촌에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 농촌의 고령화 문제는 이제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이번 명절 단순히 고향을 방문해 차례만 지내고 올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들에게 아빠, 엄마의 어린 시절 동네에서 뛰어 놀던 이야기와 함께 추억이 있는 곳을 되돌아보자.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달려야 겨우 끝에 다다랐던 운동장은 이제 몇 걸음에 만에도 끝에서 끝을 오갈 수 있고 또 그렇게 높아 보였던 뒷동산은 낮은 언덕정도로 보이지 않게 커버렸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이곳을 찾아보자.

그리고 과거 아빠가 엄마가 이곳에서 어떻게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자. 아빠의 어린 시절이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의 농촌이었음을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해주자. 명절을 쇠고 돌아오는 길엔 과거 애향단 활동을 했던 것처럼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의 동네 그리고 내가 나고 자란 곳,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의 고향마을을 함께 청소하고 마을 입구에 꽃 한 구씩 심어 보는 것을 어떨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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