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세종시에 자치경찰제가 시범 실시되고 이에 대한 분석·평가를 거쳐 현 정부 임기 내에 이를 전국에 확대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또 현행 국세와 지방세 비율 8대2를 7대3을 거쳐 6대4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확정했다. 어제 확정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의 '자치분권 로드맵'을 토대로 마련된 것이라고는 하나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위원회의 공론화 과정에 문제가 드러나고 종전 수준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행안부의 '자치분권 로드맵'은 개헌을 통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데 지향점을 뒀지만, 지방분권 개헌이 무산됨에 따라 당시 목표에 차질을 빚는 측면이 있긴 하다. 예컨대 현행 전국 17개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의 경우 개헌을 통해 '제2국무회의'로 헌법기구화하기로 했으나 개헌 무산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칭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할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자치입법권 확대, 자치단체 사무범위 확대 등도 마찬가지다.

재정분권에 대해서도 그간 잡음이 적지 않았다.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장기적으로 6대4로 개편한다는 지난해 10월 로드맵에서 진전된 것이 없다.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그렇게 됐다는 항간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지방소비세의 비중 확대와 지방소득세 규모 확대 방안도 이미 제시된 것들이다. 전국 지자체의 올해 평균 재정자립도는 절반(53.4%) 수준에 그친다. 재정의 뒷받침 없이는 무늬만 자치일 뿐 실질적인 자치분권은 엄두도 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기초자치단체협의회가 종합계획 발표 하루 앞서 이의를 제기한 것은 상징적이다. 자치분권 종합계획 입안 과정의 공론화 과정이 생략됐고,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입장을 배제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종합계획은 자치·재정분권의 기본방향을 제시한 데 불과하다. 연도별 세부 시행계획은 언제 나올 건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다짐했던 정부의 당초 의지가 퇴색된 게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