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돈 K-water 금·영·섬권역부문 이사

금년 여름은 유례없는 폭염으로 전국의 주요 호소와 하천이 녹조로 몸살을 앓았다. 다행히 태풍 솔릭 이후 전국적인 강우로 인해 녹조현상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름철 연례적으로 지나가는 자연현상 정도로 치부하기보다는 적극적인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인 영양염류는 공장, 하·폐수처리장과 같은 오염배출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점(點)오염원과 도로나 농경지, 축분 등과 같이 광범위한 배출경로를 갖는 비점(非點)오염원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점오염원 대책에 많은 투자와 개선을 통해 이제는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비점오염원 대책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점오염원과 달리 정확한 배출원을 알 수 없는 탓에 비점오염원 관리 및 대책마련은 어렵다. 그러나 비점오염원은 비가 올 때마다 휩쓸리고 하천에 스며들어, 유입 오염물질량의 약 68%나 차지하는 수질오염의 주범이기 때문에 관리대책이 시급하다.

비점오염원의 공통된 특징을 보면 인간의 일상적인 활동과 함께 발생한 오염물질이 소하천이나 도랑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도랑은 약 20만개소로 추정되는데 이 중 38%의 수질은 BOD 기준 4~5등급으로, 하천오염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역 내 산재한 농경지로부터의 농약과 비료, 방치축분 등에 의한 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이들 도랑은 관할기관의 부재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전·충청지역 400만 시민의 식수원인 대청호는 매년 녹조가 되풀이 돼 발생하고 있으며, 비가 내린 후 녹조가 대발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점오염원 관리가 시급함을 잘 말해주고 있다. 대청호 보다 20배나 큰 일본의 비와호도 1977년 녹조 대발생으로 비점오염원 저감과 부영양화(富營養化)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됐다.

이에 하수도정비와 같은 법적인 규제와 함께 지역 거버넌스를 통한 비점오염줄이기 실천운동이 시작됐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이 방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에 ‘환경을 배려한 농산물’ 인증을 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농가에서는 친환경 농작물을 생산하면서 수질의 영향을 줄여 비와호의 수질은 크게 개선됐다.

비점오염원의 합리적 관리방안을 위해서는 지역 거버넌스 중심의 대책과 함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민·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지원으로 비와호의 수질을 개선한 사례는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유사한 제도가 있음에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의식과 동기의 부재,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부족한 실정으로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우리 식수원을 보호하고, 좀 더 깨끗한 수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인의식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비점오염원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역오염원 저감을 통한 수질개선을 위해 그동안 추진돼 온 기관 주도의 소하천 살리기와 더불어 지역 거버넌스 중심으로의 운영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비점오염원 관리에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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