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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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흐르는 긴장…'멜로퀸'·'멜로킹'의 인질 협상

모니터에 흐르는 긴장…'멜로퀸'·'멜로킹'의 인질 협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청순미녀'의 대명사 손예진과 '로맨스남' 현빈이 만났다. 두 사람이 눈만 마주쳐도 멜로 영화 한 편이 절로 나올 법하건만 둘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만 흐른다.

추석 시즌을 노리는 영화 '협상'은 손예진과 현빈을 멜로물의 주인공이 아닌 '범죄물'의 투톱으로 내세운다.

손예진은 서울지방경찰청 위기대응팀 소속 협상가 '하채윤'으로, 현빈은 무기밀매업자이자 최악의 인질범 '민태구'로 분했다. 두 사람은 알콩달콩한 '밀당'이 아닌 인질 목숨이 달린 살벌한 협상을 펼친다.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왜 최고급 횟감으로 어묵을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하지만 최고급 재료를 쓴 어묵은 맛과 향이 일반 제품과 다르듯 두 사람의 '협상'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판을 키우며 쉴 틈 없는 속도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러닝타임은 114분으로 짧지 않다. 2시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는 '이원동시촬영'이 큰 역할을 한다.

설정상 민태구는 태국 모처에, 하채윤은 서울에 있는 만큼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애초에 연출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12시간 내 인질범과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간제한까지 걸어뒀다.

영화 '국제시장'의 조감독을 맡은 바 있는 이종석 감독은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LA에 사는 여동생과 TV 화면을 통해 상봉하는 장면에서 사용한 '이원동시촬영' 기법을 영화 전반에 적용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했다.

손예진과 현빈은 서로를 모니터 화면으로만 대하며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는 서로를 상대 배우가 아닌 실제 인질범과 협상전문가로 인식하게 하려는 이 감독의 의도가 깔렸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포석은 적중했다. 촬영 현장은 실제 협상이 벌어지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스크린에도 현장의 긴장감이 그대로 옮겨졌다. 덕분에 영화는 두 시간 동안 힘을 잃지 않고 내달릴 수 있었다.

다만,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연기와 달리 상대의 호흡과 눈빛, 몸짓을 읽을 수 없는 만큼 두 배우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빈은 "작은 모니터만 보고 상대의 표정을 보고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만 목소리를 듣다 보니 정말 낯설고 힘들었다"며 "처음에는 '내가 지금 1인 극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촬영 당시의 고충을 토로했다.

손예진 역시 "상대 배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모니터만 보면서 연기한다는 것은 마치 손발이 묶인 느낌"이라며 "다만, 순간의 즉흥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영화에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인질극 장면에서 시작한다. 동남아인 인질범 2명이 남녀 인질 한 명씩을 위협하며 도주용 차량과 헬기를 요구한다.

현장에 투입된 하채윤은 협상을 주장하지만 지휘부는 진압을 결정한다. 결과는 범인과 인질 전원 사망. 충격적인 결과에 하채윤은 '정 팀장'(이문식 분)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정 팀장은 사표를 반려하고 해외출장을 떠난다.

열흘 뒤 무기 밀매상 민태구는 태국 방콕에서 한인 상대 범죄를 취재하던 한국인 기자와 정 팀장을 납치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영상전화를 걸어온다. 민태구가 대화 상대로 하채윤을 지목하면서 두 사람의 협상이 시작된다.

외국인 범죄자들의 단순 인질극에서 시작한 사건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빠르게 덩치를 키워간다. 영화 막판에는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나라 전체가 뒤흔들릴만한 사건으로 비화한다.

갈수록 협상 테이블의 판이 커지는 스토리 구조는 이원동시촬영과 함께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요소다.

아울러 이 감독은 두 사람의 대립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채윤과 민태구의 공간을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창조했다.

하채윤의 상황실은 블루 톤의 유리 벽으로 나뉜 공간이다. 얼핏 보기엔 안전해 보이지만 항상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이곳에 배치된 수십 명의 인원은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눈치 보고 경계한다.

반면, 엄연히 '악역'인 민태구의 인질 창고는 역설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붉은 색이 주를 이룬다. 이는 민태구의 양면성을 암시한다.

대부분의 범죄 장르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막판 반전을 시도한다. 다만, 반전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머무르는 느낌이다.

정보와 권한이 제한적이었다고 하나 협상 과정에서 하채윤의 역할이 크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민태구의 큰 그림에 휘둘리는 데 그친 모양새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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