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시절 개발한 크리스퍼 원천기술, 최대 주주 회사로
특허소유권 산학협력단 소유인데 특허출원도…  회사 “계약 체결”
서울대 “모든 권리 가져갔다고 보기 어려워”…법정공방 치열 전망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연구자가 과거 대학교수 시절 개발한 특허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실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10일 경찰과 IBS 등에 따르면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소속 A 씨는 2012~2013년 서울대 재직 당시 한국연구재단에서 29억3000여만원을 지원받아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카스9’(이하 크리스퍼) 기술을 연구했다.

A씨는 당시 동료들과 개발한 크리스퍼 원천기술은 서울대에 거짓으로 직무발명 신고를 하고 자신이 최대주주인 회사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크리스퍼 기술 연구 당시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았기 때문에 특허 소유권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있어야 하지만, 해당 회사 측은 A 씨 개인 명의로 미국, 유럽 등 국제 특허까지 출원했다. 서울대는 크리스퍼와 다른 3개 특허를 묶어 회사 측에 1852만5000원에 넘긴 사실도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규정과 다르게 특허심의위원회도 진행하지 않았고, 신고 4일 만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회사 측은 반박 자료를 통해 특허 권리를 이전받은 것은 서울대와 체결한 계약 내용이라고 밝혔다.

A씨 개인 명의로 특허를 최초 출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미국의 ‘가출원제도’를 이용한 것이며, 이는 국내 바이오업체와 연구자들이 좀 더 빠른 출원을 위해 적법하게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도 즉각 반박했다. 서울대는 자료를 통해 “책정한 기술료가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해당 회사 측이 2011년 서울대에 각각 5만주씩 총 10만주의 주식을 발전기금 형식으로 이전했다”면서 “A 씨가 서울대 교수 시절 수행한 연구에 대한 권리를 모두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현재 보유한 회사 주식 10만주를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134억원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서울대는 “특허출원과 관련해 자체조사를 진행 중이며, 위법 사항 발견시 형·민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IBS 소속인 A 씨는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도 여러 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당시 A 씨가 최대 주주였던 회사는 IBS 연구단에 한 해 2억원 상당의 유전자가위를 납품했다. 해당 회사의 사업보고서 등이 연구단 운영계획서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는 게 IBS 측의 설명이다. 연구단과 A 씨가 주주로 있던 회사는 IBS 원장의 허락 없이 비밀유지 계약을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 사건은 현재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확인할 것이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며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특허기술 관련 수사이기 때문에 향후 첨예한 법적 공방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