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약관에 ‘수수료 없이 취소’
규정 있지만 권고사항에 그쳐, ‘천재지변’ 해석도 각각 달라
여행사들 “정부 명령·결항 공지 있기 전까지는 고객 단순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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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 다음주 두바이를 경유하는 유럽행 항공편으로 신혼여행이 예정돼 있는 현모(35)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두바이를 피하기위해 항공권을 변경하거나 취소할땐 단순변심으로 적용돼 적잖은 수수료를 여행사에 내야하는데다 일정까지 꼬이기 때문이다. 현씨는 "여행사에서도 단순변심 상황이 아닌것을 알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원안대로 이용할 것을 권고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지역내에서도 메르스 여파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여행사의 미온적 대처에 여행이나 출장이 예정돼 있던 지역내 해외 출국예정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천재지변에 관한 여행사의 약관이나 제도가 다시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10일 항공·여행사 및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메르스와 관련해 중동권 입·출국이 금지되거나 경유지 결항 및 일정변경에 관한 공지는 전무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여행사는 정부 명령이나 항공사의 결항 공지가 있기 전에 항공권 취소나 환불요구를 한다면 ‘고객 단순변심’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메르스로 인해 여행을 취소하고자 할땐 상당부분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단순변심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에도 수수료 부담을 떠안고 울며겨자먹기로 가야하는 상황이다. 여행이나 출장이 예정돼 있는 지역내 해외 출국예정자들이 고스란히 메르스 여파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항공권 값의 절반 넘게 손해를 보는 고객이 속출하고 있어 곳곳에서 불만·분쟁이 터져나오고있다. 앞서 국외여행 표준약관에서는 '천재지변' 탓에 여행이 어려울 경우 별도 수수료 없이 여행상품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정위에서 고시한 분쟁해결기준에서도 불가항력적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계약금을 돌려주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같은 규정이 권고사항일 뿐인데다가 여행사별 천재지변의 해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지역내 P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나 항공사의 결항 공지가 전무한 상황으로 에미레이트 항공의 일정은 차질없이 계속해서 돌고 있다”며 “메르스로 인해 항공권을 취소할때도 고객의 단순변심으로 처리가 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행사 입장에서는 공항이나 항공편도 정상 운행이 되는 상황이라면 천재지변의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2015년 메르스 사태와 프랑스 테러 당시에도 여행사는 같은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재지변 상태라고 보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보니 사실상 여행사 마음대로인 것이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나 지역적 분쟁 등에 여행사의 나몰라라식 태도에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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