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스크린도어 설치…초기 반발있었지만 자리잡아, 그외 병원에선 현실적 어려움

3년 전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하 메르스) 확진 환자가 또 다시 발생했다. 당시 메르스 확산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우리나라 특유의 ‘병문안 문화’가 지목됐지만, 지역내 대부분 종합병원에서는 비용과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안, 일부 환자·보호자 반발 등의 이유로 여전히 무분별한 병문안이 이뤄지고 있다.

2015년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해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문을 발표했다.

도내 유일의 상급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은 전 병동에 스크린도어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재정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종합병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10일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병원은 3억 2000만원 상당의 예산으로 지난해 9월부터 모든 병동(19개)과 병원 입구 등 스크린도어를 설치·운영 중이다. 또 1개의 스크린도어를 추가 설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스크린도어를 통과할 수 있는 출입증은 환자·보호자·간병인 등에 최소한으로 지급되며, 출입증 소지자는 병원 측이 정한 제한 인원에 맞춰 병문안 시간(평일 오후 6~8시, 주말·공휴일 오전 10시~12시·오후 6~8시) 내 지인들과 함께 병동에 출입할 수 있게 제한한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일부 환자·보호자 등의 반발을 샀지만, 시간이 지나며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내방객이 있다”며 “다만 아직도 일부 병문안객들은 불만을 제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도내 종합병원은 다양한 이유로 병문안 제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나 AI 등 감염에 취약한 병원 특성상 병문안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 지역 종합병원 관계자들은 강제성이 없는 병문안 권고문에 방문객을 상대로 계도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고 병원의 재정 문제로 ‘스크린도어’ 설치는 고사하고 현수막과 팸플릿, 스티커 등을 활용한 몇몇 홍보·캠페인 활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을 찾는 대다수 고령 방문객은 병문안 과정과 절차 등이 복잡하다며 언성을 높이고 이해를 못하셔서 병문안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정 종교를 지닌 환자를 만나기 위해 집단으로 방문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를 강하게 규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큰 종합병원의 경우 자체 예산을 들여 스크린도어 등으로 병문안을 제한할 수 있지만 작은 규모의 종합병원은 비용적인 면에서 손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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