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80대 노인이 평생 식당 등을 운영하며 모은 37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천안시에 기부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김병열 옹(83)으로 그는 "기부하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난 뒤 마음이 너무 편해 천당에 사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기부한 부동산 가격은 감정평가로 추산한 금액이어서 현시세로는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거액을 기부 받은 건 1963년 천안시 개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6·25 전쟁 당시 부모님을 따라 피란 온 김 옹은 천안에 정착해 식당과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며 힘들게 돈을 모았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재산을 선뜻 내주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김 옹은 평소 언론매체를 통해 기부사례를 눈여겨 봐왔다고 했다. 기부가 기부를 낳은 셈이다. 그는 통장과 노인회 활동 등을 하며 봉사를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김 옹은 "제가 한 기부가 마중물이 돼 많은 분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기부 릴레이로 이어졌으면 하는 기대다.

돈은 벌기보다 쓰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어느 곳에 쓰든 가치 있게 써야한다는 의미다.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재산을 대학교에 기부한 할머니, 누가 알까 두려워 주민센터에 몰래 돈 봉투를 놓고 간 할아버지, 음식점 배달 일을 하면서 매달 장학금을 쾌척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고 해도 이들이 있어 살만한 세상이다.

기부자의 뜻을 기리고 선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마땅하다. 세제 혜택 등 기부자의 자발적 참여 유도를 위한 장치마련도 필요하다. 천안시는 김 옹의 기부 취지를 잘 헤아려 기증부분을 의미 있게 활용해야 한다. 우리사회에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어울리는 기부문화의 저변확대가 요구된다. 기부야 말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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