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유지된 중앙집권적 전통에…낮은 재정 자립도 등 지방분권 저해
지방 힘모아 지방분권형 개헌 요구해야 분권 이뤄야 지역도 좋은 일자리 생겨
지역대학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 분권실현 인재양성 위해 지역대 키워야

▲ 김욱 배재대 교수가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윤서 기자
최근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가시화되고 지역인재 채용이 활성화되며 지역이 살아야 국가 전체가 산다는 시대적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분권종합추진계획안은 구체적 실행계획 없이 기본 방향만 제시될 계획이라 지방분권은 험로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좀처럼 지방분권이 가속페달을 밟지 못하자 지역을 중심으로 재정분권 등 지역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분권안 마련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이자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욱 배재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를 만나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향후 정치지형 변동 가능성과 함께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지방분권화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대담=김일순 대전본사 교육문화부 부장

-이번 민선 7기 지방선거 결과를 충청권을 중심으로 요약한다면.

“지난 6월 제7회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여만에 실시됐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지 않은 상태였다. 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한 남북 화해 모드가 이뤄지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70%를 상회하는 정치적 환경에서 이뤄졌다. 게다가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두 주요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선거 연합 및 협력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가 실시됐기 때문에 정부 여당의 승리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 선거 결과를 보면 시도지사 선거에서 총 17개 지역 중 더불어민주당이 14개 지역에서 승리하고 자유한국당이 대구, 경북 2개 지역, 무소속이 제주 1개 지역에서 승리했으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전체 226명 중 더불어민주당 151명, 자유한국당 53명, 민주평화당 5명, 무소속 17명이 당선됨으로써 이번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충청 지역의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다. 광역단체장 네 개 지역과 국회의원재보궐 선거 2개 지역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대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5개 지역 모두에서 승리했고 충남에서는 11대 4, 충북에서는 7대 4로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에 앞섰다. 특히 대전 지역의 경우, 시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지역에서 승리해 19석을 전부 차지했으며 자유한국당은 광역비례대표선거에서 3석 중 1석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결과의 주요 특징과 의미는 무엇이라 할 수 있나.

“이같은 결과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원인이 되겠지만 지역에 영향을 미칠 만한 주요 이슈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이번 선거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 요인은 연령과 지역, 그리고 거주 지역이었다. 연령이 낮을수록 진보적 성향을 가질 확률이 높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확률이 높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것은 연령의 기준선이 과거 40대 유권자에서 50대 유권자로 상향됐다는 사실이다. 즉 과거에는 20~30대가 진보, 50대 이상이 보수 유권자였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20~40대가 진보, 60대 이상이 보수 유권자로 변한 것이다. 이는 ‘생애주기효과(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현상)’보다 ‘세대 효과(각 세대별 경험에 따라 정치이념이 결정되고 이것이 나이가 들어도 일정 부분 유지되는 현상)’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의 또 다른 특징은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역주의 현상이 약화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영남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그런데 지역주의가 약화되는 반면 도시와 농촌 지역 간 투표율 격차는 강화되고 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결과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도 지역보다는 광역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과거의 여촌야도 현상이 이제는 ‘여도야촌’(輿都野村) 현상으로 바뀌어 나타나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충남과 충북보다는 대전과 세종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3개월이 지났다. 선거 이후 최근 전국 및 지역 정세변화를 어떻게 평가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선거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그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 또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의 경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한국행정학회와 공동으로 최근 실시한 17개 광역단체장에 대한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각각 14위와 12위에 그쳤다. 지난 지방선거 때 얻은 득표율보다 현재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에선 선거 압승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자만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데 압승을 통해 권력을 잡으면 그만큼 더 자만하게 된다. 겉으로 아무리 감추려 노력해도 저 깊은 곳에 있는 자만심을 지울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한 속마음을 용하게도 알아낸다. 특히 충청 유권자의 경우 더욱 예민하게 알아낸다. 게다가 압승을 거뒀다는 말은 승리에 기여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승리에 기여한 사람들 간에 논공행상이 더욱 치열해지며,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압도적으로 패배한 측에서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기회가 생긴다. 물론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그러한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각당 지도부가 구성이 됐다. 이에 대한 향후 전망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충청권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이해찬 대표 체제가 구성되며 지역 내에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이미 구축됐고, 바른미래당의 경우 손학규 대표 체제가 최근 출범했다. 일부 언론에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할 정도로 오랜 경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주요 정당의 지도부를 구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정치란 경험과 연륜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오랜 경륜을 토대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지방분권형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개혁이다. 여야 지도부들이 적절한 타협을 통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지방분권형 개헌과 야당들이 원하는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선거제도 개편이 실현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보다 확실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화 이후 지방선거와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30여년이 다 됐는데 아직까지도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는가.

“대한민국은 오랜 중앙집권적 전통을 가진 국가다. 지방선거의 도입 등 제도적 변화만으로 국민들의 의식과 사고도 동시에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제도 변화와 의식 변화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며,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제도적 장치의 미비도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지방 정부의 재정 자립도가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번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헌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30년 전에 비하면 지방과 지방정부의 힘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수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통해 선출된 광역 지방정부의 수장은 때로는 중앙정부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한 정책을 중앙정부가 받아들이는 사례도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향후 지방분권화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번에 반드시 이뤄내는 것이다. 물론 현 문재인정부는 지방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과거 정부보다는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위원회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의 원칙을 보다 확실히 하고, 재정권 등을 지방정부에 보장해야만 한다. 과거 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도구를 활용해 지역 간 협력보다는 경쟁을 부추켜 왔다. 이제는 지방이 힘을 합할 때이다. 지방이 보수와 진보로 갈라지고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으려고 서로 경쟁하는 한 지방분권은 실현되기 어렵다. 지방이 힘을 모아 중앙에 지방분권형 개헌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역사상 자신의 권력을 순순히 내어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방분권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것이 지역대학의 육성이다. 현재 학령인구의 감소 등으로 지역대학이 극심한 위기에 처해 있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져야만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그에 따라 지역 소재 대학들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지역대학의 육성을 통해 지역에 좋은 인재가 많이 배출돼야만 지방분권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제도적 정치들을 통해 지방에 힘을 준다고 해도 이러한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의 대학 육성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리=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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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배재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약력

△1984. 2.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정치학 학사) △1986. 8. 미국 아이오와대학교(University of Iowa) 정치학 석사 △1992. 8. 미국 아이오와대학교(University of Iowa) 정치학 박사 △배재대 교수 (1999. 3~현재) △한국선거학회 회장 (2010. 7~2012. 12)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2017~現) △한국정치학회 부회장(2018. 1~現)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2018. 7~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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