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차장

한 낮의 뜨거운 태양도 9월과 함께 한풀 내려앉은 모양새다. 아직 노인정 선풍기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을 보면 문득 우리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모곡! 난 이 구절이 너무 와 닿는다. “이제는 눈물 말고 그 무엇을 바치리까.” 나 역시 어머니 영정사진을 멍하니 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미워 애써 외면할 때가 간혹 있곤 한다. 노인정에 모이신 어르신들이 남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누군가의 부모님을 위해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21만 633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185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수는 2016년에 비해 107명 감소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유독 고령운전자 사고와 자전거사고 사망자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42.2%를 차지한 점과 전체 고령 사망자의 51.2%가 보행 사망자인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65세 이상 고령자 교통사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 5년간 고령인구의 꾸준한 상승추세와 발맞춰 고령자 교통사고 건수, 사망자 수, 부상자 수 증가는 물론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역시 세가지 지표 모두가 동반 상승하는 양상을 보여 고령인구 증가와 교통사고와의 상관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고령자 교통사고사망을 특성별로 살펴보면 월별로는 9월에 191명(9.6%),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12시 사이에 213명(15.0%), 연령별로는 75세~79세가 454명(25.7%), 기상상태별로는 빗길에 88명(5.0%)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살펴보면 월별로는 9월~10월에 183명(19.3%), 시간대 별로는 오전 10시~12시 사이에 115명(14.0%), 법규위반별로는 12.0%를 차지한 신호위반과 9.3%를 차지한 안전거리 미확보 순이다.

앞서 나열한 통계를 토대로 고령자 교통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 길을 건널 땐 반드시 횡단보도 신호를 준수해야 하며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갈 땐 주위를 살펴 차가 오지 않는 것을 꼭 확인한 다음 최단거리로 횡단해야 한다.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는 갓길 보행 시에는 음주보행이나 검정색 옷과 같은 야간에 식별이 어려운 어두운 계열의 의복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특히 우산을 써야하는 비 오는 날은 주위를 살피기에 어려움이 따르니 투명하거나 밝은색 우산사용과 보행 중 휴대폰 사용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고령자 운전은 외국의 면허증 반납제와 같은 적극적 정책이 바로 시행되기가 어렵다면 신호 준수는 철칙으로 여기고 방어운전이라는 가장 기본에 충실한 운전습관만이 교통사고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도구임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시대를 넘어 초고령화시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고령자 운전금지라는 막다른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교통사고를 예방 할 수 있는 안전교육이 절실하다.

가장 좋은 교통안전교육은 자녀들의 전화 한통이라 감히 단정하고 싶다. 하루 한통의 안부전화와 함께 교통사고 예방법을 한가지 씩만 알려드린다면 몇 주후, 몇 달 뒤에는 훌륭한 교통체험강사로 변모하신 우리 부모님을 만날 수 있진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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