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재단 청년과학자 설문조사]
2329명 중 242명 문제 호소…교수재량 남용형 18.8% 최고
무관심·열정페이형 등 뒤이어…학생 인권센터 설치 등 필요

국내 과학기술의 미래인 청년과학자들이 지도 교수의 ‘갑질’을 비롯해 여전히 불편한 연구실 문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요구된다.

9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최근 대학 내 청년과학자 2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4%인 242명이 불편한 연구실 문화에 애로를 호소했다.

8개 유형으로 분류한 불편한 연구실 문화는 △열정페이형 △워라밸파괴형 △무관심·방임형 △교수재량 남용형 △인격무시·강압형 △연구윤리 위반형 △과도한 잡무 요구형 △기타 유형 등이다.

이들 유형 중 가장 높은 응답은 교수재량 남용형이 18.8%, 무관심·방임형 16.3%, 열정페이형 16.0%, 워라밸파과형 14.9% 순이었다. 부적절한 연구비 사용이나 관련 처리를 요구하는 연구윤리 위반형도 10.8%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워라밸파괴형(18.2%)과 교수재량 남용형(18.2%)에 대한 응답이 높았고, 남성은 교수재량 남용형(19.0%)과 무관심·방임형(16.9%)이 많다고 응답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경우 열정페이형(18.1%), 무관심·방임형(16.9%), 교수재량 남용형(16.9%) 등의 순이었고, 지방의 경우 교수재량 남용형(21.1%), 워라밸파괴형(18.0%)의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전공별로는 공학과 생명과학계열에서 무관심·방임형과 교수재량 남용형이, 자연과학에선 워라밸파괴형과 열정페이형 등에 대한 응답 비중이 높았다.

실제 한 청년과학자는 일부 교수가 연구실 확장이나 본인 과제 등 개인 연구에만 관심이 있고, 지도할 학생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연구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청년과학자의 경우 교수의 폭언에도 비위를 맞춰야 하고, 졸업을 쥐고 갑질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연구문화 개선을 위해선 청년과학자들이 도전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과제 테뉴어 제도’, ‘소액의 박사과정 연구원 지원 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다수 교수는 본인의 일부 행위가 갑질로 분류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해 교육을 통한 연구실 평등문화 확산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과제를 수주한 연구책임자(참여학생 포함)는 연구윤리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학생인권센터를 설치해 연구실 문화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대학이 산학협력단 연구비 관리 전문행정인력 채용을 확대해 대학(원)생의 행정 부담을 줄여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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