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투데이·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 공동기획
[혁신의 열쇠 4차 산업혁명]
ATMS 1일 400만건 축척, 추정시간대 차량 패턴 분석
13대 압축…최종 1대 특정, “수사기법 근본적 변화 가능”

①뺑소니 수사 혁신이 될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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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충청투데이 DB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사회시스템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이 낯설고 어려운 파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공공분야의 발걸음은 여전히 더디다. 기존 시스템의 성벽은 공고하기만 하다. 공공기관 특유의 보수성은 새로운 혁신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비친다. 토양을 제공해야 할 공공기관이 뒤쳐져선 민간의 열매는 맺을 수 없다. 이에 충청투데이와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는 공동기획으로 4차 산업혁명, 특히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시스템의 혁신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본다.

2015년 1월 10일 새벽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무심서로에서 뺑소니 사고가 발생했다. 29세의 가장은 길을 건너다 차량에 치어 사망했다. 피해자가 아내와의 전화 통화에서 “케익 대신 크림빵을 사서 미안하다”며 “태어날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자”고 다짐한 사실이 전해지며 일명 ‘크림빵 뺑소니’로 알려지게 됐다.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며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지만 경찰의 수사는 초기부터 난관에 빠졌다. 사건을 해결할 만한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돼자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가 자체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는 당시 청주시와 ‘교통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 중이었다.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는 청주시가 설치·관리 중인 ATMS(첨단교통정보시스템)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ATMS에는 1일 400만건의 교통정보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었다.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는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동영상을 바탕으로 용의차량이 지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의 차량 정보를 모았다. 특정 장비를 단 차량들의 검지기 데이터가 사용됐다. 모아진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이 시작됐다. 추정 시간대 이동 차량의 패턴 분석이 이뤄졌다. 예를 들어 평소 직장과 집, 집 인근을 지나는 패턴을 보였던 차량이 추정 시간대에 같은 이동 경로를 보였다면 용의차량에서 제외됐다. 특히 사고 추정 시간에 사고 지점을 지났지만 이후 현장을 지나지 않은 차량들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렇게 압축된 차량은 13대가 됐다.

용의자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는 사건을 담당한 흥덕경찰서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사건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흥덕경찰서는 형사 2명을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에 파견했다.

당시 파견을 나갔던 한 형사는 “통상 뺑소니 사고 수사는 목격자, 현장 증거, 주변 CCTV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후 탐문 수사를 거치며 용의자를 찾기때문에 시간과 인력이 많이 소요된다”며 “수집된 정보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용의차량을 좁혀나가는 방식은 충격적이었고 수사기법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는 분석끝에 최종적으로 1대의 차량을 특정했다. 이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교통정보 데이터의 암호를 풀어야 했다. 관련기관에 영장으로 협조를 요청해야 했다. 영장 청구를 준비하던 중에 용의자가 자수했다. 분석 결과 확인을 위해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었다. 성공했다면 뺑소니 수사기법의 혁신을 이룰 뻔 한 빅데이터 분석은 이렇게 잊혀져 갔다.

당시 분석을 담당했던 충북대 빅데이터 연구소 조완섭 교수는 “경찰도 빅데이터 분석 수사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인사로 부서장과 담당자가 바뀐 후 관심이 줄었다”며 “4차 산업혁명은 수사 분야에서도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동력이 있다”고 말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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