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필자에게는 올해 직장인이 된 큰 딸, 대학을 휴학 중인 둘째 딸, 사춘기를 앞둔 초등학교 6학년 아들, 이렇게 세 명의 아이들이 있다.

올해 큰 딸은 모두가 좋다는 대형병원 간호사로 취직을 했으나 말로만 듣던 태움으로 밝고 긍정적이던 아이가 매일 울면서 전화하고 아이가 가졌던 인생의 비전이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둘째 딸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줄 학교가 미국에 있다며 꿈을 향해 열심히 준비하다가 연간 8000만원에 달하는 유학비에 놀라 실망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2차 성장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부모보다는 친구와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방문을 닫고 대화를 싫어하는 시기가 됐다. 세 아이들을 25년간 양육했기에 이제 부모로서의 역할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이별, 성장 시기별, 사안별로 다른 양육법을 구사해야 해야 하기에 부모역할이 아직도 쉽지만은 않다.

보건복지부 ‘2016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1만 8700건이고 재 학대 건수는 1591건으로 전체 학대 건수의 8.5%를 차지했다. 학대 행위자는 피해아동의 부모가 1만 5048건(80.5%), 대리양육자가 2173건(11.6%), 친인척 795건(4.3%)으로 전체 학대건수 1만 8700건 중 1만 8016건(96.3%)이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가족들에 의해 학대가 이뤄지고 있어 가족에 의한 학대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2016년 학대행위자의 특성을 보면 학대행위자 4만 6960명중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으로 16,737명(35.6%),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이 8372명(17.8%)으로 전체 2만 5109명(53.5%)을 차지해 학대행위자의 절반이상이 부모가 아동의 양육방법을 모르거나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아동학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사회는 정규교육과정, 결혼, 출산, 아동의 양육과정에서 제도화된 부모교육 시스템이 없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부모가 되는 것으로 인식됐고, 우리 부모 세대도, 우리 세대도 또 현 젊은 부모들도 제대로 된 부모교육을 받아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알고 있는 부모는 매우 적다.

아동은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사춘기), 청소년기의 과정을 지나면서 신체·정서적으로 급격한 성장과 변화를 겪게 되지만, 부모는 아동 발달과 권리, 생애주기별 양육태도와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아이에 대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문제해결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몇 배 더 힘들고, 아동학대와 같은 사회문제로 확대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해 아이들을 잃게 되기도 한다.

2017년 합계출산율 1.07명의 초저출산 문제와 연간 1만 5000명에 달하는 아동인구 유출로 아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 대전의 미래가 돼줄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대전시의 당면한 과제이다.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바람이다. 현재 출산 후 지급되는 출산장려금과 더불어 영아기, 유아기, 사춘기, 청소년기 등 아동의 생애주기별 부모교육 제도화를 통해 부모가 적절한 양육 지식, 방법, 태도를 익혀 아동의 생애주기별 성장 발달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사고능력을 키우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태도와 책임감을 발달시켜 부모가 바람직한 인품을 갖추어 나가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대전시가 부모교육 제도화로 가정이 아동들의 권리를 충족하며, 따뜻한 양육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선두에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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